최유리기자
[아시아경제 최유리 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가 '챗 GPT'를 앞세워 인공지능(AI) 사업에서 광폭 행보를 보이자 구글도 맞불을 예고했다. MS가 검색 시장에서 구글 독점을 흔들겠다고 나서자 구글은 챗 GPT 단점을 보완한 AI를 내세웠다.
27일 미국 씨넷 등 주요 외신은 구글 딥마인드가 AI 챗봇 '스패로우'를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글 딥마인드는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의 AI 연구소다.
스패로우는 챗 GPT와 달리 답변 출처를 함께 보여주는 게 특징이다. 챗 GPT는 출처를 제공하지 않아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그럴듯한 답변을 제공하는 경우 진위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스패로우는 안전한 AI를 내세웠다. 모욕적이거나 위협적인 발언을 하지 않도록 훈련했다. 악용 가능성이 높은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하게 했다. 자의식을 드러내도록 챗 GPT 보호장치를 해제시키는 사례처럼 사전에 스패로우가 규칙을 어기도록 속이는 테스트를 진행해 보호장치를 강화했다.
업계에선 구글이 곧 AI 챗봇을 적용한 검색 엔진을 공개할 것으로 본다. 뉴욕타임스는 구글이 올해 챗봇 기능을 갖춘 검색 엔진을 시연하고 AI로 구동되는 프로젝트 20개 이상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그간 AI 활용에 신중하던 구글이 바빠진 이유는 MS 때문이다. MS는 챗 GPT를 검색 엔진 '빙'에 적용하겠다며 구글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챗 GPT 성능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데 이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시장조사업체 인크레디툴은 챗 GPT 이용자가 5억명을 넘어섰고 월 이용자 수(MAU)는 9600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지난 11월 말 공개 후 두 달 만이다. 가능성을 확인한 MS는 지난 23일 챗 GPT를 개발한 오픈 AI에 100억달러(약 12조원) 투자를 결정했다. MS가 초기 투자액을 회수할 때까지 오픈 AI 수익의 75%를 가져간다는 조건이다.
이미 수익화를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새 기능이나 더 빠른 검색 속도를 먼저 체험할 수 있는 챗 GPT 전문가 버전을 예고하고 월 이용료 42달러(약 5만원)를 책정했다. 아울러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를 비롯해 워드, 파워포인트, 엑셀, 아웃룩 등 오피스 프로그램에 오픈 AI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간단한 명령어를 입력하면 AI가 파워포인트 디자인을 자동으로 만들고 이메일을 작성해주는 식이다.
국내 ICT 기업들도 앞다퉈 초거대 AI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SK텔레콤은 오는 2월 중 AI 서비스 '에이닷'에 장기 기억과 종합 추론 등 새 기술을 적용한다. 예컨대 사용자가 "오랜만에 지하철 탔는데 환승하기 귀찮아”라고 말하면 에이닷이 “너 원래 택시 타는 거 좋아했잖아”라고 과거 대화를 기억해 답변한다. 네이버는 초거대 AI '하이퍼 클로바'를 이용한 AI 안부 전화 서비스 '클로바 케어콜'에 맞춤형 대화 기능을 추가했다. 전화를 거는 시점에 날씨나 재난 상황을 반영해 안부를 묻는 기능이다. 카카오 엑스레이를 보고 판독문을 작성하거나 신약 개발을 돕는 AI를 개발 중이다.
남현숙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초거대 AI 모델 개발을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무한 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올해는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관련 서비스 개발과 활용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