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보 하루천자]'폴에 의지한 노르딕워킹…효과는 걷기 그 이상'

박상신 노르딕협회장 "17년간 국내 소개…매일 눈뜨면 걸어"
북유럽 노르딕스키서 파생…두 폴 쥐고 걷는 모습 인상적
"몸에 무리는 덜 받고 더 오래 걷는 효과"

[아시아경제 변선진 기자] 스키폴처럼 생긴 2개 워킹 전용 폴(스틱)을 사용해 걷는 ‘노르딕 워킹’을 한국에서 17년간 알리는 전도사가 있다. 박상신 한국노르딕워킹협회 회장(54)은 아침에 눈을 뜨면 양치질만 하고 노르딕 워킹에 나선다. 일주일에 5~6번이다. 하루 컨디션에 따라 평지를 걸을지, 산지를 걸을지 선택한다. 거리는 왕복 8~10km 정도 된다. "노르딕 워킹은 폴을 몸 뒤쪽에서 찍어 앞으로 나가기 때문에 엄청난 추진력이 생겨요. 편안하게 리듬을 타고 걷게 돼 운동량이 배가 되죠."

노르딕 워킹은 핀란드 등 눈이 쌓인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국가에서 이동수단으로 발달한 노르딕 스키에서 파생됐다.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들이 여름에도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르딕 워킹을 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두 개의 폴을 쥐고 왼팔과 오른발, 오른팔과 왼발이 짝이 되게 걷는 것이다. 한국에선 여전히 낯설지만 북유럽·서유럽과 미국에서는 비교적 잘 알려진 걷기법이다.

박상신 회장이 노르딕 워킹을 선보이고 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노르딕 워킹

노르딕 워킹은 남녀노소 운동으로 각광받는다. 폴을 통해 상·하체 전신 근육을 쓰기 때문에 젊은 세대에겐 다이어트 운동이 된다. 걷기에 비해 칼로리가 18~67% 더 많이 소모된다. 폴이 체중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해 허리·무릎·발목에 가해지는 부담이 크게 줄여주기 때문에 약화된 근육을 되살리고 혈액순환을 원활히 해야 하는 노년 세대에도 제격이다. 디스크·골절 등으로 인한 재활치료로 노르딕 워킹이 이용되기도 한다. 온 몸의 근육을 사용하되 바른 자세를 유지하며 걷기 때문이다.

김세정 노르딕워킹협회 사무국장(55)이 그런 경우다. 김 국장은 디스크 파열로 인한 척추 협착으로 인한 통증을 노르딕 워킹으로 재활에 성공했다. 그 후 한국 여성 최초로 독일에서 국제공인 자격증을 취득해 현재 노르딕 워킹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협회 충남지부장으로 있는 조연미씨(55)는 교통사고 후유증을 겪고 있다가 해수욕장에서 진행되는 노르딕 워킹 강습을 우연히 보게 됐다. ‘이게 몸을 살려줄 수 있을 것 같다’는 강한 인상을 받고 노르딕 워킹을 통한 재활로 극복 후, 충남 서산지역의 ‘노르딕 워킹 전도사’가 됐다.

[사진제공=한국노르딕워킹협회]

그냥 걷는 것보다 더 오래 걸을 수 있어

박 회장은 "노르딕 워킹은 그냥 걷는 것보다 몸에 무리가 덜 가고 더 오래 걸을 수 있다"고 말했다. 폴이 체중 일부분을 떠받쳐 허리·무릎으로 체중이 덜 실린다. 그만큼 덜 지친다. 박 회장은 "노르딕 워킹의 기본 동작만 익히면 폴이 마치 내 몸의 일부분인 것처럼, 폴을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조차 못하게 된다"며 "그만큼 편안하게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르딕 워킹은 네 발의 자연스러움이다. 시선은 자연스레 양 손으로 폴을 잡고 폴 끝부분이 바닥에 닿았을 때 폴과 지면의 각도가 55~60도가 되도록 걷는 것이다. 처음에는 지팡이를 짚는 것처럼 90도로 걷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되레 손목·발목 등 부상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노르딕 워킹은 바른 자세로 걷는 것이 중요해 처음에는 전문가와 함께하는 게 좋다. "처음에는 자세가 잘 안 나올 수도 있어요. 얼핏 보기엔 굉장히 쉬워 보이지만 막상 시작하면 모든 게 선입견이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안 나오는 자세는 겸허한 마음으로 연습을 거듭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운동신경이 뛰어나더라도 새로운 걸 배울 땐 한걸음 내딛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하죠."

박 회장은 "운동장, 공원, 아파트 단지, 숲길, 둘레길 등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운동이 노르딕 워킹"이라고 말한다. 운동시간은 처음에는 왕복 1시간 격일로 시작해 체력이 붙고 테크닉이 좋아지면 시간을 조금씩 늘려 왕복 3시간까지도 해보라고 권한다. 그러면서 "몸이 동작을 기억하는 시간이 48시간"이라며 "이에 일주일에 3회 정도는 잊지 않고 하는 게 좋다"고 했다.

17년 전 국내엔 없던 노르딕 워킹…"점차 알려지는 것 고무적"

박 회장은 노르딕 워킹을 2006년 독일 출장 때 처음 접했다. 점잖아 보이는 독일인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양손에 지팡이를 짚고 거리를 걷는 게 신기했다. 당시엔 국내에 노르딕 워킹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어 책과 비디오로 독학했지만 곧 한계에 부딪혔다. "노르딕 워킹도 운동이기에 이론으로는 어림도 없었죠. 독일로 다시 가서 실제로 배워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고 결국 국제공인 지도자 자격증을 땄습니다. 덕분에 지금까지 험난한 외길인생이 시작됐다고나 할까요?"

17년이 지난 현재 지자체의 노르딕 워킹 프로그램, 체험회, 동호회 등이 생겨나고 있는 점은 박 회장에겐 고무적이다. 노르딕 워킹이 생활체육으로 자리잡기까지 시간은 더 걸리겠지만, 적어도 이를 아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온 국민이 손에 워킹 폴 없이는 못 사는 시대가 될 때까지 노르딕 워킹을 알릴 것"이라고 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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