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가구, 되살아나 작품이 됐다

돈의문 박물관마을 '업사이클링' 가구 전시 가보니
오늘의집, 훼손 가구 모아 작가들과 협업
나얼이 망가진 테이블로 만든 작품도

김용현 작가의 'Rest of Cycle'

서울 종로구의 돈의문 박물관마을, 마을 전체가 박물관인 이곳에 위치한 ‘작가갤러리’에 들어서니 가장 먼저 세로로 길게 세워진 자전거 거치대가 눈에 띈다. 자전거뿐만 아니라 헬멧, 신발까지 보관할 수 있어 유용하겠다 싶은데 옆면에 써진 글귀가 보인다. 이 그럴듯한 자전거 거치대가 본래는 훼손된 거실 TV장이었다는 것. 부착돼 있던 반품 스티커도 그대로다. 이 거치대를 포함해 두 개의 방을 채운 가구는 모두 폐기돼야 할 운명이었다. 버려진 가구가 되살아난 이곳은 라이프스타일 애플리케이션(앱)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가 꾸몄다.

버킷플레이스는 지난달 27일부터 이곳에서 훼손된 가구로 만든 ‘업사이클링’ 가구를 전시하고 있다. 가구를 매입해 판매하는 오늘의집에선 폐기 처리돼야 할 가구가 생긴다. 운반 중 긁힌 자국으로 반품되는 등 이유는 다양하다. 손질해 재판매하기도 어려워 버려지는 가구를 의미 있게 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오늘의집은 예술가와 제작자들의 모임인 데칼협동조합, 코끼리협동조합과 함께 지난달 ‘오늘의집 업사이클링 해커톤’을 개최했고 그 결과물로 ‘작품’이 된 가구를 박물관마을에 모은 것이다. 자전거 거치대를 만든 김용현 작가는 "작품명인 ‘Rest of Cycle’은 자전거의 쉼터이면서 동시에 가구의 순환(cycle)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담아 자원순환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나얼의 'LONG PLAY 2'

자전거의 쉼터 옆 벽에 걸린 LP 모양의 액자는 유나얼이 망가진 테이블로 만들었다. ‘벌써 1년’을 부른 그 가수, 나얼이다. 그는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던 LP 음반 위에 붙여진 스티커들을 재구성해 훼손된 테이블을 LP로 탄생시켰다. 실제 LP 모양을 살려 가운데 구멍도 표현했다. 나얼은 "대량으로 생산돼 버려진 제품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단 한 개의 작품으로 탄생시킨 과정이 매우 보람차고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회화유희팀의 '업사이클링' 가구 작품 '모란모락'

건너편의 전시 공간엔 ‘고래 서랍장’이 있다. 물결무늬가 있는 거실장 2개와 책장으로 만들었다. 전면에 돌고래와 고래를 표현했다. 옆으로는 화려한 모란꽃이 활짝 피어있는 흰 서랍장이 보인다. 훼손된 서랍장에 예술공동체 회화유희에서 민화 기법으로 그림을 그려 넣은 것이라고 한다. 한지에 모란을 그리고 이를 서랍장에 부착한 뒤 바니시로 마감하는 과정을 거쳐 제작됐다. 빈티지 느낌의 피아노 건반이 그려진 ‘피아노 협탁’도 페인팅칠 후 민화 기법을 활용한 작품이다. 회화유희 팀의 한 작가는 "평소엔 종이라는 한정된 재료를 사용해왔는데 오늘의집 훼손 가구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었다"고 했다.

19일까지 전시되는 이 가구는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다. 전시가 끝나면 지역 폐교 재생 사업, 작은 도서관 등 소외지역 발전을 위해 기부된다. 박지민 코끼리협동조합 이사는 "버려지는 가구도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재생시키면 쓸모 있는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IT부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