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정기자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소비자들의 물가 전망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3%대로 내려오면서 물가 오름세 둔화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내년 초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 달하는 고물가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으나 그간 물가상승을 부추겼던 국제유가·환율이 하향 안정화 흐름을 보이고 기대인플레도 꺾이면서 물가 둔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다만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년째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향후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이 기대인플레를 자극할 수 있어 물가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향후 1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지난 7월 4.7%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뒤 이달 들어 3%대로 떨어졌다. 기대인플레 하락은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 하락의 영향이 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고공행진했던 국제유가가 최근 배럴당 70달러대로 진정된 데다 원·달러 환율도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인 1270원선까지 내려오면서 기대인플레를 낮췄다.
한은에 따르면 유가가 120달러 이상인 경우 유가 10% 상승시 기대인플레이션율이 평균적으로 미국은 0.3%포인트, 유로지역은 0.5%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유가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면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율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큰데 유가가 올해 하반기 이후 완연한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기대인플레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물가설명회에서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5% 내외의 상승률을 이어가겠지만 석유류 가격 오름폭이 축소되고 국내외 경기하방 압력도 커지면서 오름세가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도 점차 하향 안정화하면서 물가 부담을 덜고 있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지난 9월28일 종가 기준 1439.9원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이날 오전 1260원대 후반에서 등락하고 있다.
◆글로벌 IB "미 금리인하 내년 말"= 인플레 잡기에 주력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주택시장 침체가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인플레이션 억제 노력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올해 들어 7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상으로 일부 지표로는 미국의 주택시장이 2007~2009년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정도의 혹독한 침체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Fed가 기대하는 물가상승률 축소와 경제활동 위축이 향후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IB)은 Fed가 내년 3월 또는 5월까지 정책금리를 인상한 후 내년 말에는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수의 IB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추세적으로 하락하면서 정책금리가 인플레이션을 상회하게 되는 수준(5% 초반)에서 금리인상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대다수 IB는 최종금리(상단 기준)가 5~5.25% 수준이 되는 내년 3월 또는 5월 금리인상을 중단할 것으로 봤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내년 말 Fed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내년 금리인하는 없을 것이라 일축했지만 시장에서는 내년 말 금리인하 가능성을 점치면서 국내 금리인하 시점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12월 금리수준전망지수는 133으로 11월보다 18포인트나 떨어졌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면서 시장금리도 오를 만큼 올랐다는 인식이 늘어남에 따라 금리수준전망지수가 크게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수 자체는 워낙 높았기 때문에 여전히 100을 웃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고, 주요 지표 가운데 하나인 기대인플레이션율도 하락하면서 향후 물가는 점차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급격한 금리인상의 효과가 내년 본격화되고, 부동산 버블 붕괴 위기 등 충격이 현실화할 우려가 큰 상황에서 한은 역시 이르면 내년 말 금리인하를 저울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 총재는 이에 대해 "아직 금리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며 "물가가 중장기적으로 목표치에 수렴한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금통위원 대다수 의견"이라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