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기자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인도네시아 정부가 내년 6월부터 알루미늄의 원료로 쓰이는 보크사이트 수출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는 보크사이트 매장량이 세계에서 5번째 많은 국가로, 국제 원자재 시장에 가격 상승 등 충격이 예상된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인도네시아로부터의 수입량이 적어, 큰 여파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궁에서 성명을 통해 "국내 보크사이트 가공 산업을 장려하고자 내년 6월부터 보크사이트 원광 수출을 금지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조코위 대통령은 "정부가 국내 천연자원 가공 정제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인도네시아의 천연자원을 기반으로 한 산업은 계속 발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가 보크사이트 원광 수출을 금지한 것은 원광부터 제련 등 가공산업까지 산업의 수직화를 완성하기 위해서다. 미국 지질조사국의 통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5번째로 많은 보크사이트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또 전체 생산량의 95%를 수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자국 광산기업들은 이번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보크사이트는 전기자동차와 2차 전지에 필수 알루미늄 재료다. 최근 일고 있는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전환 열풍에 따라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이에 따라 광산업체들도 특수를 누리고 있었는데, 이번 조치로 실적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자원부국'인 인도네시아는 이전에도 필요에 따라 원자재 수출을 제한해왔다. 2019년 말부터는 자국 산업을 키우기 위해 니켈 등 주요 광물을 원광 형태로 수출하는 것을 금지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인도네시아를 원자재 단순 수출국에서 원자재를 가공하는 완제품 수출국으로 바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목표하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세계무역기구(WTO)는 인도네시아가 원자재에 대한 접근을 부당하게 제한하고 있다며 국제 수출 협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즉각 반발하며 WTO의 판결에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의 경우 보크사이트 수입에서 인도네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직접적인 영향은 크게 받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코트라(KOTRA)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보크사이트 수입액은 3300만달러로, 전체의 69.3%가 호주, 29.8%가 중국에서 수입됐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의 수출 금지로 전 세계 보크사이트 원광 가격이 올라가면 알루미늄 가격 등도 덩달아 상승해 피해를 볼 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수출 금지 조치가 발표된 이후 런던금속거래소에서 이날 알루미늄은 전날 대비 0.6% 오른 t당 2386달러에 거래됐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