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동우기자
[아시아경제 세종=이동우 기자]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 가격이 6개월만에 약세로 전환했다. 1년 만에 400%가까이 급등한 리튬 가격에 부담을 느낀 글로벌 배터리 업계가 생산량 조정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리튬(탄산 리튬 99%기준) 가격은 전날 기준 ㎏당 562.5위안(약 10만4315원)으로 전주 대비 2.4% 감소했다. 이는 지난달 11일 역대 최고가(581.5위안)를 경신한 이후 최근 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수치다. 리튬 가격은 지난해 11월 ㎏당 평균 185.5위안(약 3만4400원)에서 지난달까지 3배 이상 올랐다.
리튬은 배터리 내에서 이온 형태로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를 이동하는 화학적 반응을 통해 전기를 만들어내는 금속이다. 최근 가격 급등으로 양극재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70%까지 높아졌다. 전기차 배터리 1GWh(전기차 1만 5000대 분량)를 생산하는데 700t 가량의 리튬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리튬 가격이 약세로 돌아선 배경은 탄산리튬 가격이 t당 1억원을 돌파하며 정점을 찍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배터리 업계가 과도하게 상승한 리튬 가격으로 인한 경쟁력 감소를 막기 위해 생산량 조정에 돌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리튬은 생산 특성상 수요 변동을 즉각 반영하지 못해 만약 배터리 업계의 수급 변화가 생길 경우 가격이 빠르게 하락할 수 있다. 임지훈 한국무역협회(KITA) 연구원은 "전기차, ESS용 배터리 수요 폭증으로 리튬 공급량이 증가하고 있으나 가격 변동에 비탄력적인 공급 구조로 인해 수급 불일치 현상이 빈번하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 기준 완화 여부도 리튬 가격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당 법은 내년부터 미국에서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에서 생산한 핵심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해야 한다.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조건 비율은 당장 내년 40%로 시작해 2027년까지 80%로 늘려야 한다.
다만 이번 IRA 조치로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 일본 자동차 업계가 반발이 커지면서 미국이 일부 시행령 조정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당장 이달 개최 예정인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무역기술위원회(TTC)에서 IRA 해법에 대한 합의안이 도출 결과에 따라 리튬 가격 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전세계 제련 리튬 화합물 생산의 65%를 차지하는 중국을 비롯한 최근 주요 국가가 생산량 조절에 들어가는 추세"라며 "대외 변수 등으로 리튬 가격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나 조정세는 장기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고 말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