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리기자
"와, 진짜 크리스마스 마을이네." "곰돌이 더 크게 보이게 다시 찍어줘."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직장인 퇴근 시간 직전 방문해 여유롭게 구경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크리스마스 마을’이 가까워질수록 북적이는 인파가 체감됐다. 지난달 27일 주요 백화점 가운데 가장 먼저 크리스마스 연출의 포문을 연 현대백화점이 약 3300㎡(약 1000평)를 ‘할아버지와 곰돌이 해리네 마을’로 장식한 더현대 서울 5층 ‘사운즈 포레스트’를 찾았다.
5층 입구부터 긴 줄이 늘어서 있어, 먼저 안쪽을 한바퀴 돌아봤다. 중앙에 자리 잡은 13m 높이의 초대형 트리엔 짙은 분홍색 곰돌이 인형이 주렁주렁 장식돼 있었다. 거대한 트리 아래쪽엔 곰돌이 인형 한두 개와 함께 인증샷을 찍으려는 방문객이 트리 주위를 빙돌아 저마다의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트리를 중심으로 바깥쪽을 향해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서 있는 것 같은 재미있는 모습이었다. ‘옆사람은 안 나오게’ ‘곰돌이 더 크게 걸리게’ 등 요청을 들으며 사진을 찍는 얼굴들에도 행복한 웃음이 번졌다.
중앙 초대형 트리 가장자리엔 100그루 이상의 나무와 캐빈하우스(통나무집)가 각기 다른 콘셉트로 들어서 실제 마을 같은 느낌을 자아냈다. 입구의 긴 줄은 곰돌이 인형이 가득한 통나무집에서 곰돌이에 둘러싸여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었다. 이 외에도 따뜻한 빛이 새어나오는 통나무집 안엔 실제 곰이 겨울을 나고 있는 모습, 연말 만찬이 준비된 모습 등 크리스마스를 연상케 하는 다양한 연출이 돼 있었다. 현대백화점은 이번 ‘크리스마스 마을’ 테마를 화려함보다 따뜻함에 초점을 맞춰 준비했다. 할아버지와 곰돌이 해리가 눈보라로 인해 먹을 게 부족해진 마을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고 자신들의 곡물창고를 열어 곡물을 나눠주며 모두가 행복해지는 이야기를 담은 연출이다. 통나무집 사이사이로 소규모 크리스마스 마켓도 열려, 크리스마스 테마 장식품과 액세서리 등도 구입할 수 있었다.
이곳의 방문객은 20~30대가 주를 이뤘으나 유모차를 끌고 방문하거나 어린이의 손을 잡은 가족단위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중장년층도 인증샷 남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비용을 들이지 않고 크리스마스, 연말 분위기를 느끼면서 사진도 남기고 시간을 보낼 의향이 있다면 방문을 추천한다. 여의도 한가운데 있어 접근성이 좋고, 방문한 김에 백화점 내부나 주변에서 식사를 하기도 수월하다. 다만 주말 오후엔 북적이는 인파에 대기 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 이태원 참사로 중단했던 라이트쇼는 18일 저녁 오후 5시30분부터 1시간 간격으로 일 3회 재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