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현기자
"아랍어와 현지 문화를 알고 있는 구성원의 채용이 가장 중요합니다."
최혁재 스푼라디오 대표는 중동 시장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는 국내 스타트업에 가장 중요한 것은 '채용'이라고 했다. 구성원들의 경쟁력이 중요 자산인 스타트업의 기업 문화에서 채용의 중요성은 누누이 강조되고 있지만 최 대표는 중동 시장을 먼저 경험한 선배로서 여기에 힘을 더 줬다.
스푼라디오는 2017년 중동 시장에 진출해 6년째 서비스를 이어오고 있다. 우리와 문화가 전혀 다른 낯선 시장에서 스푼라디오가 적응하기까지 겪은 애로 사항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오일머니'가 관심을 가진 우리 스타트업들이 눈여겨 볼만한 사례다. 왜 최 대표는 채용을 첫손에 꼽았을까. 스푼라디오의 중동 진출 좌충우돌기를 그에게 직접 들어봤다.
최 대표는 "중동 지역 서비스를 위해 아랍어가 가능한 구성원의 채용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스푼라디오는 실시간 오디오 방송 플랫폼 '스푼'을 운영하고 있다. 이 서비스의 방향을 이해하고 현지의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구성원을 채용하는 게 중동 지역 진출에 앞서 가장 큰 숙제였다는 얘기다. 스푼라디오가 이 숙제를 해결하는 데는 운도 따랐다. 최 대표는 "운이 좋게도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중에 아랍권 출신의 구성원들이 채용되면서 서비스를 런칭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인력을 갖추고 그저 언어만 지원한다고 서비스 출시가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난관은 또 있었다. 좌에서 우로 읽는 한국과는 달리 아랍어는 우에서 좌로 읽는다. 이를 위해 애플리케이션(앱)과 웹사이트에서 우에서 좌로 서비스를 쓸 수 있는 기능을 추가로 개발해야 했다. 최 대표가 단지 아랍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앱 비지니스에 대한 경력이 있는 사람을 채용하기를 추천한 이유다.
이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중동 시장에 처음 서비스를 선보인 게 2017년, 이후 일본, 미국 등에서 서비스를 본격화하며 스푼은 월평균 100만 명이 이용하는 글로벌 오디오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중동에서도 약 40만 정도 다운로드되는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최 대표는 "중동 지역은 현재 구매력이 있는 산유국 위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스푼라디오가 사우디아라비아, UAE(아랍에미리트) 등 산유국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하는 데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최 대표는 "서비스를 중동 지역 여러 국가에서 테스트했는데, 산유국 이외의 지역은 트래픽은 발생하지만 매출로는 이어지지 않았다"며 "현재 스푼도 구매력이 있는 산유국 위주로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산유국 현지에서 말 그대로 '오일머니'를 버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스푼도 현재는 마케팅 비용을 공격적으로 집행하지 않아 매출은 크지 않다. 하지만 스푼라디오가 중동 진출을 결정한 이유이기도 한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평가다. 최 대표는 "구글 또는 애플의 인앱 결제 시장에서 고객당 구매력이 가장 높게 나타나는 지역이 중동"이라며 "서비스하는 국가들 중에 DJ들이 가장 구매를 많이 하는 시장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사용자들이 자신의 프로필이나 화면을 꾸미기 위해 또는 다른 사용자들을 모으기 위해 지갑을 열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 대표는 "같은 중동 지역 내에서도 인근 국가의 사용자들과 연결되는 것이 재미와 흥미를 느낀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중동의 평균 연령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25세 이하로 인구 대다수가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며 신기술에 사용에 적극적이다. 비대면 서비스와 온라인 활용 교육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규제가 적어 새로운 IT 기술이 많이 활용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화상 회의 플랫폼인 줌의 지난해 중동 지역 매출이 전년 대비 586% 증가했을 정도다.
그렇다면 '오일머니'가 한국의 스타트업을 주목하고 있는 이때 스푼라디오의 중동 서비스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최 대표는 "현재 현지에 맞는 서비스 기능들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며 "해당 업데이트들이 성과가 나오면 공격적인 마케팅을 후속으로 이어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스푼라디오는? 실시간 오디오 방송 플랫폼 '스푼'을 운영하고 있다. 영상 콘텐츠가 범람하고 있는 가운데 Z세대를 위한 오디오이자 오디오계의 유튜브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 9월 기준으로 월평균 100만 명이 이용 중이다. 서비스 이용 국가로는 일본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 미국, 중동 순으로 사용자를 확보해 글로벌 오디오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