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금융권 부동산 잠재위험 규모, 4년만에 2배로 커졌다

부동산 펀드, 부동산 PF, 부동산 PF 유동화 증권 등 부동산 그림자 금융 842조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올리면서 부동산 거래시장의 빙하기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 인근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국내 비은행권의 '부동산 그림자 금융' 규모가 4년 만에 2배가량 늘어나면서 잠재 위험이 커지고 있단 분석이 나왔다.

9일 한국금융연구원 추산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 비은행권의 부동산 그림자 금융 규모는 842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4년 전인 지난 2018년 말(449조원) 대비 87.3% 증가한 수치다.

금융연구원이 정의한 부동산 그림자 금융은 주요 20개국(G20) 수준의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으면서 신용 중개(비은행 금융중개)에 관여하는 기관·활동 중 시스템 리스크나 규제 차익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 적극적인 정책 대응을 해야 하는 비은행권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론 부동산 펀드 설정액, 특별자산펀드 설정액, 전업 부동산 신탁사 수탁액,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동산 PF 유동화 증권, 부동산 PF 채무보증 등이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부동산펀드 설정액은 138조2000억원으로 지난 2018년(78조7000억원) 대비 75.6% 증가했고, 특별자산펀드 설정액 역시 129조8000억원으로 82.1% 늘었다. 전업 부동산신탁사 수탁액은 386조2000억원으로 86.8% 증가했다.

PF 대출과 관련한 익스포저도 확대됐다. 보험사, 여신전문금융사, 저축은행, 증권사의 부동산 PF대출 규모는 지난 6월 말 84조원으로 4년 전(42조3000억원) 대비 2배 수준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부동산 PF 유동화증권은 40조원으로 64.6% 증가했으며, 부동산 PF 채무보증 규모는 24조6000억원에서 62조8000억원으로 2.5배로 확대됐다. 금융연구원은 "그림자 금융 규모 전체가 위험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굉장히 빨리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위험 요인"이라며 "금리가 빠르게 오르는 가운데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고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금융연구원은 상업용 부동산 부문의 부실화 가능성을 우려를 했다. 상업용 부동산은 주택보다 레버리지 비율이 높고 경기에 따른 변동 폭이 큰데다 가격 하락 시 자금 회수가 어렵단 특징이 있다. 업황이 침체할 경우 사업장 부실에 따른 연쇄 부도, 간접 투자상품의 환매 압박 및 만기 차환 등의 리스크가 크단 지적이다.

금융연구원은 "시행사, 건설사, 건설하청업자 등과 과도한 PF대출 또는 채무보증에 나선 제2금융권의 연쇄 부실 가능성에 대비해 사업장별로 다각도의 부실 평가·자금조달계획 등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연구원은 또 "채권안정펀드 등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긴급유동성 공급 채널을 더 확보하고 부동산 개발 자금 조달 과정에서 지나친 부채가 발생하지 않도록 상장 리츠 등 민간 투자자본을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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