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미기자
문채석기자
<투자 축소 계획>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문채석 기자] 미국이 중국에 반도체 장비 수출을 규제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SK하이닉스가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비상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상계획에는 중국 공장의 매각, 중국 내 반도체 장비의 반출 등 다양한 방안이 포함될 수 있다.
26일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담당 사장은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미국의 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조치와 관련해 "당장은 중국 우시 내 D램 공장과 인텔로부터 인수한 다롄 낸드플래시 공장 내 장비공급이 가능할 수 있도록 미국 상무부로부터 1년간 유예를 받아 별도의 허가 없이 장비를 반입할 수 있게됐다"며 "향후 유예조치가 1년씩 연장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모리반도체 기업은 선진 장비 도입이 어려워질 경우 공장 운영에 차질을 빚게 된다. SK하이닉스는 우시 D램 공장에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당분간은 장비 반입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EUV가 없는 경우를 가정해 D램 공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일부 EUV를 한국에 놓고 백업으로 지원해 운영을 이어나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럴 경우 생산단가 상승은 감안해야 한다.
SK하이닉스는 1년이 지난 이후 유예 조치가 연장되지 않는 상황에 대한 비상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노 사장은 "장비별로 따로 라이센스를 받아야 해 장비 도입이 어려울 수 있다"며 "장비 도입 문제로 우시 공장을 포함해 중국에 있는 공장 가동에 문제가 생길 경우 ‘비상계획’을 가동해야 하는데,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최악의 경우 공장 매각, 장비 매각 및 한국으로 반출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매우 극한적인 상황을 감안한 비상계획인 만큼 이런 상황이 오지않게 공장을 운영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상 장비 규제 같은 미국의 여러 제약조건들은 SK하이닉스에 고통스러울 수 밖에 없지만 쉽게 생산거점을 옮기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노 사장은 "기존에는 가장 효율적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특정 지역에서 제품을 생산해 전 세계에 공급하는 사업 방식이 통했지만, 갈수록 각종 제약으로부터 오는 불확실성이 경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생산 거점 다변화는 중장기적으로 볼때 필수불가결한것으로 보여지더라도 단기적으로는 생산거점에 대한 큰 변화 주는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재고가 평균보다 높은 상황이어서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는 재고가 치솟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줄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10조 원대 후반으로 예상되는 올해 투자액 대비 내년 투자 규모를 50% 이상 줄이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웨이퍼 투입 조정, 공장 내 라인 재배치, 라인 가동 조정 등 미래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감산을 검토 중이고, 일부는 이미 실행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고부가가치 제품군 확대로 수익성을 방어하는 전략을 설명하며 "238단 낸드플래시는 내년 중반부터는 양산을 시작해 공급하고, DDR5의 경우도 서버향 비중이 내년 말까지는 30% 이상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