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文정부 해외광산 절반 '헐값 매각'…'541억' 손해봤다

2017~2021년 해외광산 매각 현황 분석
칠레 구리 광산 손실액 1300억원 달해
文정부 '적폐'로 찍혀 전량 매각 방침 영향
첨단산업 핵심 광종 포함돼 손실액 더 커질수도

[아시아경제 권현지 기자] 문재인 정부가 지난 5년간 매각한 해외광산 가운데 절반은 투자액에도 못 미치는 ‘헐값’에 넘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광산은 팔아치우면서 투자액의 1.15%만 건지기도 했다. 해외자원 개발에서 서둘러 손을 떼면서 손실액은 541억원에 달했다.

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연도별 해외 광물자원(광산) 매각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국광해광업공단은 문재인 정부 기간인 2017~2021년 6개의 해외 광산 지분을 팔아 5944억8000만원을 회수했다. 이 가운데 절반은 매각금액이 투자금에 못 미쳐 결국 손실로 이어졌다.

가장 큰 손실을 기록한 광산은 칠레 산토도밍고 구리 광산으로, 손실액은 1000억원을 훌쩍 넘었다. 지난해 공단은 산토도밍고 광산 보유 지분 30%를 2194억9000만원에 매각했다. 투자금(3494억5000만원)을 감안하면 손실액은 1299억6000만원에 달했다. 중국 장가항 석회석 광산은 21억7000만원을 투자해 절반 이하인 10억원을 회수하는 데 그쳤고, 캐나다 셰익스피어 구리 광산은 0.06% 지분 매입에 240만달러(원화 34억7000만원)를 투입했지만 매각대금은 3만달러(4000만원)에 불과했다.

터무니없는 가격에 매각이 이뤄진 건 문재인 정부의 광산매각 방침 영향이 컸다.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 정부 당시 추진된 해외자원개발 사업 실패로 공기업 부채가 늘자 자원개발을 ‘적폐’로 규정하고 해외 광산 전량 매각을 결정했다. 광해광업공단은 부채를 줄이기 위해 투자금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임에도 서둘러 매각에 나섰다.

이들 광산이 핵심 광종 매장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손실액은 더 커질 수 있다. 매각된 광산 60%(6곳 중 4곳)에 해당하는 구리는 반도체, 2차전지 등 국가 첨단·전략산업의 핵심 소재이지만 국내 자급률은 ‘제로(0)’에 가깝다. 공급난이 지속될 경우 미래 먹거리 산업 발전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미다.

공단이 매각한 광산 지분을 캐나다·중국·호주 등 외국기업이 사들인 점도 우려를 더한다. 각국의 자원 무기화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부 유출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구자근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원전에 이어 해외자원개발마저 정치적으로 악용하면서 미래 먹거리 육성을 가로막고 에너지 자원 확보와 공급망 확대를 위한 적기의 투자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부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