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윤기자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서울 노원구에 사는 김민희씨(31·가명)는 얼마 전 애견 사료를 사러 애견용품점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몇 개월 전 사료를 구매했을 때보다 가격이 만 원이나 더 비싸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하다하다 반려동물 사료마저 가격이 비싸질 줄은 몰랐다"면서 "가뜩이나 사는 것도 팍팍해졌는데 반려동물 키우기까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농축산물과 가공식품 등의 전 방위적인 가격 상승이 계속되는 가운데 반려동물 사료마저 몸값이 오르고 있다. 사료에 들어가는 채소나 곡물, 생선, 육류 등의 가격이 많이 오른데다가 코로나19 장기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물류난까지 겹친 탓이다. 이런 현상을 빗대어 ‘펫플레이션(펫+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30일 온라인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의 미니 인도어 어덜트 사료 8.7㎏은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최소 6만1000원 선에서 거래됐는데 현재는 온라인 최저가가 7만1000원대로 4개월간 만 원 이상 올랐다. 유기농 사료 브랜드 네츄럴코어의 에코2 오리고기 작은 입자 10㎏도 5만3400원대에서 6만4500원으로 만 원 이상 비싸졌다. 대한사료의 도그라인 아지피아 20㎏도 같은 기간 3만2000원대에 팔리던 것에서 3만6900원대까지 가격이 올랐다. 상황이 이렇자 올해 초부터 일부 유명 사료를 중심으로 미리 제품을 사재기해두는 현상도 나타났다.
앞서 반려동물 사료 업계에선 한 차례 가격 인상 도미노가 이어진 바 있다. 국내 사료 판매 1위인 로얄캐닌은 이달 초 반려견과 반려묘 일부 사료 제품을 평균 10%가량 인상했다. 하림펫푸드도 ‘밥이보약’ 라인 사료 가격을 최소 8.4%에서 최대 18%까지 인상했다. 카길애그리퓨리나도 펫푸드 브랜드 ‘건강백서’와 ‘베네티브’, ‘비스트로’ 사료 가격을 올해 들어 올렸다.
실제로 사료용 곡물 가격은 계속 오름세다. 농촌경제연구원의 ‘국제곡물 9월호’를 보면 곡물 수입단가지수는 올해 1분기 143.6에서 2분기 158.8로 15.2 올랐고 3분기는 186.7로 27.9나 상승했다. 4분기엔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재개 등으로 다시 163 수준으로 내릴 전망이지만 여전히 올해 1분기와 작년에 비해선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1분기 사료용 곡물 수입 단가지수는 99.8이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사료 가격 상승세에 반려동물 유기 사례가 증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외국에선 이미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뉴욕포스트(NYP) 등 외신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뉴욕시 동물보호센터에선 반려 동물 사육을 포기한 이들이 지난해 대비 25%가량 늘어났다. 이 밖에도 미국 전역에서 반려동물을 보호소에 맡기는 사례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거 비용이 오르면서 반려동물을 키울 수 없는 곳으로 이주하거나 반려동물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져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