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준형기자
[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한국석유공사가 2008년 1조2000억원을 들여 사들인 미국 멕시코만 해상유전의 매각을 통해 투자비의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4600억원의 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본잠식에 빠진 석유공사가 해외자산 매각을 서두르다 가격 협상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석유공사가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석유공사와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한국 측이 보유한 미국 멕시코만 앵커유전 지분 80%가 지난 7월 4700만달러(약 641억원)에 처분됐다. 앵커유전은 석유공사가 2008년 8억9800만달러(약 1조2300억원)를 투자해 지분 80%를 인수한 해상유전이다. 매수자는 미국 자원개발 업체 W&T 오프쇼어로, 매각된 지분 구성은 석유공사 51%, 한국투자신탁운용 컨소시엄 29%다. 석유공사는 이번 매각으로 3000만달러(약 412억원) 안팎의 자금을 회수하게 됐다.
앞서 석유공사는 2012년 한국투자신탁운용에 지분 29%를 3억760만달러(약 4200억원)에 팔았다. 이에 따라 석유공사가 두 차례에 걸친 지분 매각을 통해 최종 회수한 금액은 3억3760만달러(약 4640억원)로 나타났다. 이는 총 투자비의 38% 수준이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는 앵커유전이 노후 광구라는 점을 고려해 적정 가격을 책정했다는 입장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앵커유전은 1960년대에 생산을 개시한 노후 광구"라며 "생산량이 감소하고 향후 잠재성도 낮아 출구전략을 수립하고 시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선 자산 구조조정 계획에 쫓기다 ‘헐값 매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석유공사가 2020년부터 지속된 완전 자본잠식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급하게 해외자산을 정리하려다 보니 ‘졸속 매각’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석유공사는 이미 2014년 캐나다 정유사 날(NARL)을 인수액 100분의 1 가격에 매각해 약 1조5000억원의 손실을 본 바 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앵커유전 매각은) 가격 협상에 실패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에너지안보 측면에서도 합리적 매각으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