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태민기자
[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수도권에서 ‘나홀로 상승’을 이어가던 이천마저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상반기와 달리 가격 피로감과 대출규제 강화·금리인상 등의 여파로 이천 전체 아파트 시장의 매수세가 주춤한 영향으로 보인다. 여기에 지방을 중심으로 지역규제 해제가 이어지면서 이천이 가진 ‘비규제지역 프리미엄’도 위협받는 모양새다.
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이천시 아파트 가격은 0.28% 상승하며 전달(0.84%) 대비 3분의 1 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 상반기 월평균 상승률이 1.04%를 기록하며 수도권 내에서 유일하게 승승장구했던 것과 대조된 모습이다.
이는 실거래가에서도 나타난다. 경기 이천시 부발읍 아미리 현대7차 59.73㎡(전용면적)는 지난 3월 3억40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했지만 지난 7월말 2억9700만원에 손바뀜되며 가격 상승세가 주춤하는 모습이다. 안흥동 안흥주공 59.71㎡의 경우 지난 4월 2억8800만원까지 가격이 올랐지만 지난달 16일에는 2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가격이 내려갔다.
투자자에게 인기를 끌던 공시가 1억원 미만 단지도 주춤하는 모습이다. 부발읍 응암리 주은다솜 35.7㎡는 지난 7월말 1억300만원까지 값이 뛰었지만 지난달 20일에는 8400만원에 거래되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단지 49.5㎡ 평형은 지난 5월 1억3000만원에 신고가 지난달 말 9500만원에 손바뀜되며 값이 내렸다.
거래량도 크게 감소했다.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이천시의 지난 7월 아파트 거래량은 121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4월(272건) 대비 절반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지난달에는 거래 건수가 79건으로 집계됐다. 거래 신고 기한이 30일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감소 추세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거래가 이뤄지지 않자 매물도 쌓이는 추세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이천 아파트 매물은 이날 기준 총 1231건으로 세달 전(1072건)보다 159건(14.8%) 증가했다. 이는 주택시장의 인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전년 동기(537건)와 비교한다면 694건(129%) 늘어난 셈이다.
이천 아파트의 매매수급지수도 하락세다. 이천이 속해있는 경기 동부2권의 8월 다섯째 주 수급지수는 97.3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사실상 100 이상을 유지하며 매수세가 매도세보다 강했지만, 지난 7월 들어 100 아래로 떨어지며 매도세가 매수세보다 강해진 것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이천의 경우 그동안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수요자들의 가격 피로감이 누적됐다”라며 “여기에 강화된 대출규제와 추가적인 금리인상 부담까지 있다 보니 매수부담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 들어 지역별 규제가 완화되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 6월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하며 지방 17곳 지역을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한 바 있다. 이를 시작으로 각 지자체가 정부에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적극적으로 요청하면서 향후 이천이 가진 ‘비규제지역 프리미엄’이 메리트를 잃어버릴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