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진법조전문기자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30년 가까이 알고 지낸 친구가 자신을 귀찮게 한다는 이유로 칼로 찌른 50대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살인미수 및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대마) 등 혐의로 기소된 양모씨(56)의 상고심에서 양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살인죄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피해자 A씨와 약 30년 전부터 친구로 지내온 양씨는 2019년부터 A씨가 스토커처럼 전화를 자주하며 귀찮게 한다는 이유로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20년 12월 12일 "오면 죽여버린다"라고 얘기를 했음헤도 A씨가 충남 천안시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서울까지 찾아오겠다면서 술에 취한 채 계속 전화를 해 만나자고 하고, 실제 다음날 새벽 1시경 서울 동대문구 자신의 집 근처로 찾아와 계속 전화를 걸어 만나달라고 하자 양씨는 "내 눈 앞에 보이면 죽여 버릴거니까 그냥 가라"라고 말했다.
하지만 A씨가 "죽여봐"라고 말하면서 욕설을 하자 양씨는 같은 날 새벽 2시경 집 근처 편의점 앞 간이테이블에 앉아 술을 마시며 자신을 기다리던 A씨를 보자마자 미리 준비한 칼로 가슴을 찔렀다.
편의점 직원이 제지한 덕분에 A씨가 사망하지는 않았지만 약 8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심장 우심실 및 흉부 열상(길이 2cm)을 입었다.
검찰은 양씨에게 살인의 의도가 있었다고 보고 살인미수로 양씨를 기소했다.
이미 2017년 마약 관련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을 마친 양씨는 또 다른 마약 혐의들로도 기소돼 병합심리가 이뤄졌다.
재판에서 양씨는 "플라스틱 재질의 장난감 칼로 A씨를 때렸을 뿐 칼로 찌른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사건 당시 A씨가 상당히 두꺼운 겨울용 파카를 입고 있었는데, 플라스틱 재질의 장난감 칼로 A씨의 파카를 뚫고 흉부 열상과 심장 손상까지 입히기는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씨는 마약 전과가 있어 누범 가중과 경합범 가중이 동시에 이뤄졌지만 1심 재판부는 피해자 A씨가 양씨의 형사처벌을 바라지 않고 있는 점, A씨가 사망하지 않은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그리고 2심 재판부는 양씨가 ▲살인미수를 제외한 나머지 범행에 대해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는 점 ▲다행히 살인 범행이 미수에 그쳤고 ▲A씨에게 심각한 후유장애가 남지 않은 점 ▲A씨가 양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선처를 호소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양씨의 양형부당 주장을 인용, 징역 5년으로 형을 낮췄다.
대법원은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이 타당하다고 보고 형을 확정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