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희기자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임상시험 약물이 의약품으로 최종 허가받을 확률은 통계적으로 약 1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임상시험과 관련된 기업 공시가 나올 때마다 매번 가장 먼저 나오는 이 문구는 그만큼 임상 성공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해준다. 문한림 메디라마 대표가 ‘바이오텍의 임상 개발 본부’를 내건 메디라마를 창업한 이유이기도 하다.
문 대표는 10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바이오텍들이 비임상 단계까지는 잘 해나가지만 그 뒷단은 잘 모른다"며 "예를 들어 폐암만 하더라도 종류가 다양하고, 기수가 각기 달라지는데 이에 더해 시장 출시 시점에 맞춰 개발 과정을 조율해야 하는 만큼 임상개발계획 수립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메디라마를 임상 관련 사업이라고 하면 보통 떠올리는 임상시험수탁기관(CRO)과 차별화된 ‘임상개발연구기관(CDRO)’으로 설명했다. 문 대표는 "CRO의 핵심이 임상시험 수행으로 기술적인 단계를 밟는 것이라면 우리가 하는 것은 실제 임상 훨씬 앞단의 임상개발계획"이라고 전했다.
메디라마는 임상개발계획 외에도 임상관리, 사업개발(BD)을 주요 업역으로 삼았다. 임상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사업·제품 개발을 병행함으로써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 등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는 가능성도 높인다는 구상이다.
그는 "이러한 CDRO 사업 모델이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없다"며 독자적인 사업모델이라고 전했다. 문 대표는 "현재 급성장하고 있는 CRO 산업은 경쟁사가 아닌 협력사"라며 "국내 CRO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고 CDRO 시장까지 형성되면 급격히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국내 CRO 시장 규모는 2014년 2941억원에서 2020년 5542억원으로 연평균 11%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문 대표는 가톨릭대 의대 혈액종양내과 교수, 미국 국립보건원(NIH)을 거쳐 사노피,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서 종양학 연구개발(R&D)을 이끌어 온 임상 전문가다. 사노피에서는 항암제 엘록사틴의 적응증 확대를 이끌면서 동북아 지역 자체 임상을 통해 엘록사틴의 간암 적응증을 중국에서 최초로 승인받기도 했다. 그는 "중국 제약 역사상 글로벌 대형 제약사의 약이 미국·유럽 등에 없던 적응증을 중국에서 받은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이후에는 임상 컨설팅에 종사하면서 임상 전반을 도울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하다고 보고 메디라마를 창립했다.
문 대표는 임상뿐만 아니라 실제 의약품의 상용화까지 고려한 ‘포괄적 계획’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의학적 미충족 수요(un-met needs)는 계속 변하게 된다"며 "어제까지 없던 수요가 갑자기 생기는 경우도 있고, 혁신 신약이 나와도 그 약이 안 드는 환자를 어떻게 치료할지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생긴다"고 말했다. 실제로 척수성근위축증(SMA) 치료제 '스핀라자'를 개발한 바이오젠의 경우 '원숏 치료제'로 불리는 혁신 신약 '졸겐스마'가 출시되면서 졸겐스마 치료 후에도 치료 효과가 불충분한 환자를 대상으로 스핀라자의 효능을 확인하는 전환 치료 임상을 준비하는 등의 작업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
문 대표는 "현재 고객사들과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합의된 의사결정 절차에 따라 함께 의논하고 논의한다"며 "신뢰가 바탕에 깔려있지 않으면 하기 어려운 사업"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임상은 개발 비용으로 100억원을 계획하면 200억원이 되고, 기간으로 18개월을 정하면 24개월, 30개월이 되는 게 금방"이라며 "숨겨진 비용 등을 살펴보고, 기간을 절대 늘리지 않고 시간 내에 끝내는 게 결국 돈을 버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