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돼지의 심장을 살렸다…삶과 죽음의 정의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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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미국의 한 연구진이 죽은 지 한 시간이 지난 돼지의 심장과 간 등 장기들을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사람이 사망한 뒤 장기이식 수술에 사용할 수 있도록 장기를 지금보다 오래 살려둘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이뤄진 연구지만 실제 사람에 적용하기까지는 오래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동시에 이번 연구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 관한 기존의 정의를 모호하게 만들었다면서 과거 인공호흡기가 개발됐을 당시와 상황이 유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 죽은 지 1시간 뒤 용액 넣으니 세포 살아나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예일대 연구진은 이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죽은 돼지의 중요 장기들을 되살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오르간엑스(OrganEX)라는 특수용액을 개발해 죽은 돼지의 혈관에 이를 투여, 죽은 세포를 살려냈다. 이 용액은 영양분과 항염증제, 세포사 예방제, 신경차단제, 인공 헤모글로빈, 돼지의 피를 섞어 만들었다.

연구진이 실험실에서 돼지의 심장이 멈춘 지 한 시간 후 인공 심폐장치와 비슷한 장비를 활용해 죽은 돼지의 혈관에 오르간엑스를 투여하자 죽은 세포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 용액이 정맥과 동맥을 순환한 뒤 심장이 다시 뛰었고 간, 신장, 뇌 등 중요 기관의 세포가 다시 기능하기 시작했으며, 돼지의 몸이 사체처럼 뻣뻣해지지도 않았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논문의 공동저자 중 한 명인 데이비드 안드리예비치 예일대 교수는 "우리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 지도 몰랐다. 우리가 되살린 모든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다만 오르간엑스에 포함된 신경차단제가 뇌 신경 활성화를 막으면서 연구진은 돼지의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간주했다. 개별 뇌 세포는 살아났지만 뇌에서 전체적으로 조직적인 신경 활동의 징후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촬영을 위해 요오드 조영제를 주사하자 이 돼지가 머리를 움직여 연구진이 깜짝 놀랐지만 연구진은 그 이유를 파악하지 못했고 우선 뇌와는 무관한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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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팀을 이끈 네나드 세스탄 교수는 2019년 죽은 돼지에서 분리한 뇌의 일부 기능을 되살려 주목받은 신경과학자다. 이번에는 뇌 뿐 아니라 전신을 대상으로 실험한 것이다. 당시에도 브레인엑스(BrainEX)라는 혈액 모방 특수용액을 공급해 일부 뇌세포 기능을 회복시켰다. 세스탄 교수는 다음 연구 단계로 되살린 장기가 제대로 기능하는지, 성공적으로 해당 장기를 이식할 수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또 이 기술이 손상된 심장이나 뇌를 복구하는 데 사용될 수 있을지도 실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장기이식에 획기적"…죽음의 의미 변화올까

이번 연구는 사람이 사망한 뒤 장기이식 수술에 사용할 수 있도록 장기를 지금보다 오래 살려둘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됐다. 장기이식 전문가인 로버트 포르테 네덜란드 흐로닝언대 박사는 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보통 많은 국가에서 인공호흡기를 끄고난 뒤 장기기증 수술을 하기까지 5분간 만지지 않는 정책이 있다면서 시간이 갈수록 장기가 손상돼 사용하기 어려울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포르테 박사는 "많은 국가에서 장기이식팀이 환자가 사망할 때까지 2시간 가량 기다린다"면서 그 결과 생명유지장치를 제거한 뒤 환자가 사망하고 유족들이 그의 장기를 기증하고 싶어도 50~60%는 기증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그는 오르간엑스가 장기를 살릴 수 있다면 장기이식을 할 수 있는 장기 수가 많아져 그 효과가 엄청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예일대 '생명윤리를 위한 학제간 연구센터'의 스티븐 라탐 소장은 "사람에 대한 사용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놓고 외신들은 생명과 죽음의 경계로 여겨졌던 기존의 정의에 새로운 의문을 제기한다고 평가했다. 죽음의 기준과 시점이 달라질 수 있어 과거 인공호흡기가 개발됐을 당시와 비슷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법의학자이자 뉴욕대 그로스먼의대의 브렌던 페어런트 이식윤리정책연구국장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죽음의 의학적, 법적 정의에 따르면 이 돼지는 죽은 것"이라면서 "중요한 문제는 어떠한 기능이 그러한 정의를 바꿀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관련 소식을 전하며 "과학자들이 죽은 돼지의 상기를 다시 살려냄으로써 삶과 죽음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뉴욕대 그로스먼의대 의료윤리 책임자인 아서 캐플런 박사는 네이처에 이번 연구에 대해 죽음이 어느 특정 순간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면서 이는 인간의 사망을 선고하는 획일적인 방식을 제안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죽음에 대한 법적 정의가 의학의 발전에 따라 계속해서 바뀔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주로 뇌사에 초점을 맞추지만 심장의 움직임이 멈추고 호흡이 정지하는 심장사에 대해서는 컨센서스가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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