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세사기 5000만원 이하·다세대주택 서민에 피해 몰렸다

보증금 5000만원 이하 피해자 가장 많아
무자본·갭투자, 깡통전세, 허위보증·보험 등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 오규민 기자]최근 전세사기가 속출하면서 서민에게 그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보증금이 적고 주택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주택과 실수요자인 서민이 사기의 타깃이 되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 절반 이상이 '다세대 주택' 몰렸다

2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전세사기 기획수사 단속 기간 중 검거현황’을 보면, 3년간 전세사기 피해자는 1351명, 검거인원은 495명을 기록했다. 피해자 가운데 보증금 5000만원 이하는 871명으로 전체 피해자의 64%를 차지했다.

주택 유형별로는 다세대주택의 전세사기범이 총 251명(50.7%)으로 최다를 기록했다. 오피스텔 108명, 아파트 79명, 기타 38명, 단독주택 1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 유형별로는 보증금 반환의사 능력이 없으면서 전세금을 떼먹은 경우가 363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집주인을 행세한 사기범은 77명, 대리인이 위임 범위를 벗어나 계약한 경우가 55명 등으로 파악됐다.

서민을 울리는 대표적 전세사기는 ▲무자본·갭투자 ▲깡통전세 등 보증금 미반환 ▲부동산 권리관계 허위고지 ▲실소유자 행세 등 무권한 계약 ▲위임 범위 초과 계약 ▲허위보증·보험 ▲불법중개 등이다.

정 의원은 "전세사기는 개인과 가정이 장기간 모아온 몫돈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민생경제 중범죄"라며 "엄하게 가중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기 고의성 입증 한계에 추가 피해도

정부가 전세사기에 대한 집중 단속 및 엄정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사기는 교묘화·지능화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김명희씨(45·가명)는 부동산 보증금을 반환할 수 있다는 말을 믿고 전세를 계약했다가 덜컥 사기를 당했다. 김씨와 계약한 이들은 전월세 세대수 현황과 재산상태를 허위로 알리는 등 정상적으로 보증금을 반환할 수 없음에도 이를 속여 김씨를 포함 총 83명에게 54억원 상당의 보증금을 편취했다.

전북 익산의 대학가에서 살고 있는 김상욱씨(54·가명)는 자금 사정이 어려워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었지만 이를 알리지 않은 채 113명과 전세 계약을 체결해 보증금 44억원을 가로챘다.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장동민씨(47·가명)는 부동산을 월세 계약한 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지원금으로 전세로 계약한 것처럼 서류를 위조 후 33여명에게 106억원을 편취했다. 장씨는 월세 계약 또는 관리 권한만 위임받았음에도 임차인들에게 전세 계약 체결 후 보증금을 가로챘다.

경찰도 현장에선 수사의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지역 일선서 수사 경찰은 "전세 계약 시점에는 집주인이 보상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으나 파산해 변제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면 이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며 "계약 시점부터 반환할 의사·능력 등이 없었는지를 추적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경찰도 "조직적으로 하는 경우엔 부동산을 수십 개씩 가지고 있어 하나하나 직접 확인하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며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과정이 오래 걸려 그 사이 추가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세입자 발품 팔고, 보증금 반환 보증 제도 활용해야

경찰은 지난 25일부터 내년 1월 24일까지 6개월간 전세사기 전국 특별단속을 추진하고 있다. 경찰청은 서면 답변서를 통해 전세 사기범에 대한 처벌 강화 입법과 관련, 서민의 주거권 보호와 건전한 전세 질서 확립을 위해 조직적인 사기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지난 20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전세사기에 대한 엄정 대처를 주문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사기 범죄의 특성상 고의성 입증이 매우 어려우므로 임차인 스스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예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사기는 고의성을 입증하기가 어려워 형사처벌 되는 사례가 거의 없다"며 "처음부터 전세보증금을 편취할 고의성을 보이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곤 일반적으로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세대주택의 경우 임차인은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야 권리관계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열람 권한이 없어 믿고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민주택 유형인 다세대 연립주택의 경우 가격대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이유로, 금액대를 부풀려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라면서 "세입자가 발품을 팔아 유사 지역의 가격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고,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제도에 가입하는 것도 피해를 막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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