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서 일하는 '워케이션', 지방 소멸 막을 대안 될까

워케이션 도입 기업 늘어
근로자 73% '워케이션 만족'
지방 소멸 막을 대안 될지 관심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아시아경제 이서희 인턴기자] 대기업 인사팀에 근무하는 A씨는 제주 세화 해변이 내다보이는 숙소에서 눈을 뜬다. 근무지는 A씨가 묵고 있는 숙소에서 도보로 5분 정도 걸리는 브런치 카페다. 노트북과 이어폰, 다이어리를 챙겨 카페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으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된다. 회사 메신저를 통해 틈틈이 동료들과 업무를 공유하고, 원격 화상 프로그램 '줌(ZOOM)'을 통해 부서 회의에 참석한다. A씨는 “아름다운 세화 해변을 바로 앞에서 보며 일하니까 업무 효율성과 집중도가 높고, 또 퇴근 후나 주말에 관광을 즐길 수 있어 동기부여도 확실하다”고 말했다.

일명 ‘워케이션’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워케이션(work+vacation)이란, 일과 여가의 합성어로 휴가지에서 원격으로 근무하는 원격 근무제의 일종을 말한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새로운 근무 형태로 자리 잡으면서, 휴가지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워케이션이 또 다른 트렌드로 떠올랐다. 근로자는 답답한 사무실에서 벗어나 탁 트인 자연환경 속에서 업무를 할 수 있고, 기업은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동시에 근로자의 업무 능률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워케이션에 대한 만족도는 근로자와 고용주 모두 높은 편이다. 숙박시설 예약 플랫폼 호텔스닷컴이 지난해 11월 10일부터 16일까지 국내 직장인 1000명과 고용주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근로자의 73%가 ‘워케이션이 유익하다’고 응답했고 고용주의 86%가 ‘워케이션이 직원에게 유익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근로자는 ‘정신건강 관리와 향상’(45%)과 ‘영감 및 창의력 향상’(42%)을, 고용주는 ‘직원의 영감 및 창의력 향상’(58%)과 ‘직원의 업무 효율성 및 생산성 향상(54%)’을 워케이션의 장점으로 꼽았다.

공식 개장 하루 앞둔 제주 함덕해수욕장 [사진제공=연합뉴스]

이와 함께 워케이션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지방 소멸을 막을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근로자가 짧으면 2주, 길면 수개월 동안 관광지에 체류하면서 인근 지역과 상권에도 활기가 돌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퍼지기 시작하면서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발표한 ‘국내 워케이션의 경제적 파급효과’ 자료에 따르면, 워케이션 도입으로 발생할 경제적 효과는 직접 지출액 약 3500억원, 고용유발효과 약 2만7000명, 생산유발효과 약 4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곧 지방이 소멸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던 지자체들은 워케이션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숙박시설과 사무 공간을 갖춘 복합 센터를 만드는가 하면, 아예 ‘워케이션 마을’을 조성하는 지역도 등장했다. 지역 마을 공동체들도 워케이션 잡기에 뛰어들었다. 세화마을협동조합은 세화 해변 앞 유휴 건물을 공유 오피스와 숙박시설, 카페로 꾸민 ‘질그랭이 센터’를 열었다. 이밖에도 다양한 마을 공동체들이 워케이션 수요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워케이션이 지역 균형 발전 정책과 연계되기 위해선 여러 현실적인 조건들이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워케이션은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아도 업무에 지장이 없는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하기에 유동 인구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게다가 워케이션 기간이 1~2주에 그칠 경우, 이를 생활인구에 포함하기도 무리가 있다. 체류 기간이 최소 3주 이상 되어야 지역 균형 발전 측면에서 유의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서희 인턴기자 daw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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