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부터 줄섰어요'…적금들러 '오픈런' 3분만에 마감

[新 금리노마드①]
연 7% 고금리 예·적금 상품 줄줄이 등장
돗자리, 간이의자 들고 수십명씩 긴 줄
선착순 실패하자 "허탈"
운 좋게 번호표 양도 받는 경우도

[아시아경제 안양·구로=유제훈 기자] "오늘은 새벽 4시부터 기다리고 있어요. 7% 이자를 주는 적금상품이 출시됐다고 하기에 부모님 권유로 어제도 아침 8시에 나왔는데 이미 선착순 20명이 꽉 차서 허탕쳤거든요. 1등으로 온 사람이 새벽 5시에 나왔다는 얘길 듣고 오늘은 더 일찍 나오게 됐습니다."

12일 오전 6시 경기 안양시 동안새마을금고 비산지점서 만난 대학생 안수민(20·여·가명)씨는 점포 앞 노상에 앉아 연신 손 부채질을 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씨와 함께 연 7% 금리의 정기적금 상품에 가입하러 '재수(再修)'에 도전한다는 친구도 "기다리는 건 자신이 있다"며 웃었다.

하루가 다르게 금리가 오르며, 예·적금 특판 상품을 따라 부유하는 '금리 노마드'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인상하는 이른바 빅스텝까지 단행하면서 최소 올해 연말까진 이들의 움직임이 더욱 기민해질 전망이다.

하루 100명에 정기적금 7% 상품판매

새마을금고 비산지점엔 동이 튼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각임에도 10여명이 나와 대기하고 있었다. 번호표를 배부하는 개점시각까지 3시간여가 남은 상황에서다. 대부분은 이번 특판상품 판매 대상인 2030세대였고, 새벽 기상을 힘들어하는 자녀들을 위해 대신 줄서기에 나선 5060세대들도 눈에 띄었다. 오랜 대기 시간을 예상한 듯 접의식 의자와 방석을 가지고 와 앉아 있었다.

동안새마을금고 5개 점포가 붐비는 이유는 7%대 정기적금 상품을 판매하고 있어서다. 이 금고는 지난 7일부터 예수금 7000억원 달성을 기념, 안양시에 거주하는 20~39세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대상으로 연 7% 금리의 정기적금 상품(12개월, 70만원 한도)을 7일간 선착순 700명에게 판매하고 있다. 하루 100명 선착순인데다 연령·거주지를 제외하면 별다른 조건이 없어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12일 오전 9시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새마을금고 앞에서 적금을 들기 위해 고객들이 대기하고 있다.

상품 가입을 위해 연차까지 냈다는 박의철(37·가명)씨는 "가상화폐는 하지 않고 있고, 주식은 소액으로 운용하곤 있지만 그다지 재미를 보고 있진 못하다"면서 "그런만큼 아무래도 높은 금리를 주는 적금상품에 관심이 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대기하는 고객들에게 얼음물과 부채를 나눠주던 동안새마을금고 관계자는 "금고 이용률이 낮은 MZ세대를 적극 유치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하게 됐다"면서 "첫날엔 오전 6시 전후부터 줄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재테크 카페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요샌 오전 4시부터 줄을 선다"고 전했다.

고금리 적금 한도 200만원 달하자, 전역에서 소비자들 몰려와 북새통

같은날 오전 9시,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새마을금고의 문이 열리자마자 '오픈런'이 시작됐다. 70여명 고객들이 건물을 에워싸듯 대기하고 있다가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이곳은 지난 1일부터 연 6%금리의 정기적금 상품(12개월, 24개월)을 판매하고 있다. 대면 가입만 가능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조건이 자동이체, 체크카드 발급 뿐이라 제약이 없는 편이다. 무엇보다 월 불입한도가 200만원에 달해 금리 노마드족의 발길을 끌고 있다.

번호표 배부(선착순 50명)가 마무리 된 건 개점 3분 뒤인 오전 9시3분. 번호표 수령에 실패한 한 50대 남성은 "날을 꼽아 인천에서 왔는데 눈 앞에서 놓치니 허탈하다"면서 자리를 떴다. 운 좋은 고객도 있었다. 서울 금천구에서 왔다는 이민자씨(58·여)가 번호표 수령을 놓쳐 아쉬움을 달래며 귀가하려던 찰나, 급한 사정으로 자리를 떠야 하는 한 20대 여성으로부터 번호표를 양도 받았다. 이씨는 "횡재한 느낌"이라며 "미안한 마음에 내일 대신 나와서 줄을 서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한사코 거절하더라"라고 전했다.

대림동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당초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문자메시지를 통해 홍보했는데 처음 사나흘은 별 문제가 없었지만 어느 순간 입소문을 타면서 전역에서 소비자들이 몰려와 북새통을 이룬다"면서 "300억원 한도로 시작했는데 곧 모두 소진될 예정이고, 500억~600억원 한도 수준에서 특판 상품 판매가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금융부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