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도전한 문근영 '겁이 나고 무섭다'

연출작 세 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서 공개
"온전히 살아있으면 빛도 어둠도 크게 중요치 않아"

"작정하고 결연한 의지로 시작한 일이 아니다. 겁이 나고 무섭다."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배우 문근영의 소감이다. 그가 연출한 '심연'과 '현재진행형', '꿈에 와줘' 세 편은 10일 오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열리는 경기 부천의 한 영화관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러닝타임 9~15분짜리 단편들이다. 모두 대사 없이 배우의 표정과 몸짓, 음악, 조명으로 인물의 감정을 표현한다.

문근영은 "연기하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일이 어마어마하게 커졌다"고 말했다. "가수는 작사·작곡을 하고 댄서들은 자기의 춤을 만드는데 연기자는 왜 내 이야기를 표현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자가 갖는 숙명이자 한계에서 벗어나 내 감정을 표현하고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에 연출에 도전했다. 이렇게 극장에서 큰 화면으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떨떨하고 감사하다."

문근영이 감독과 주연을 겸한 '심연'은 수중촬영한 장면이 주를 이룬다. 아무리 헤엄을 쳐도 물 속을 벗어나지 못하는 여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현재진행형'은 무대를 벗어나고 싶어도 결국 무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한 배우를 조명한다. '꿈에 와줘'는 연인 사이의 감정을 현대무용에 가까운 퍼포먼스로 묘사한다. 문근영은 "첫 작품을 물 속에서만 촬영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대사를 할 수 없었고, 다른 작품들도 대사가 없어졌다"며 "표정과 움직임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 이야기를 하고 싶은 갈증이 컸다. 나와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가질 법한 고민과 생각을 담았다"며 "다 같이 고민하면서 열심히 살아보자고 위로하는 결말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세 작품에는 혼란과 좌절, 상실감과 그리움 등이 이리저리 교차해 있다. 문근영은 "어둡고 갑갑하고 벗어나고 싶은 상황에서 빛을 희망 같은 존재로 표현하지 않나"라면서도 "내가 온전히 살아있으면 빛도 어둠도 사실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고 밝혔다. 연출하며 느낀 어려움에 대해서는 "연기와 달리 혼자서 판단을 빠르게 내려야 했다"며 "감독은 정말 외로운 직업이라고 느꼈지만 자유롭기도 했다"고 말했다. "배우들이 원하는 연기를 해줬을 때, 내가 원하는 앵글이 나왔을 때 정말 짜릿했다. 모든 단계가 내 손을 거친다는 것이 정말 즐거웠다."

연기 활동을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KBS 드라마 스페셜 2021 '기억의 해각'에서 지독한 감정과 이별하는 법을 배워가는 여인을 표현했다. 문근영은 "연출은 배우 활동의 일환일 뿐이다 꾸준히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기가 힘들 때도 많았고, 언제고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연출을 하면서 많은 갈증이 해소되고 연기가 더 재밌어졌다. 오래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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