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부터 VC까지 ESG스타트업에 꽂혔다

3D 커스텀 안경 스타트업 브리즘이 안경을 만든 후 남은 폐기물로 다른 제품을 만드는 예시.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전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부상하고 탄소 절감에 대한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기업들의 친환경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폐기물 산업의 높은 성장성이 주목받으며 국내외에서 폐기물이나 부산물을 활용하는 기업에 대한 러브콜이 뜨겁다.

미국 ‘폐기물 업계의 우버’로 불리는 루비콘(Rubicon)은 전 세계 기업과 정부에 폐기물·재활용 솔루션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다. 올해 2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상장을 추진중이다. 지난 2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는 본인이 설립한 투자 회사 캐스케이드인베스트먼트를 통해 미국 폐기물 관리 기업 리퍼블릭서비스(RSG)의 주식을 약 1500억원 규모로 매수하며 눈길을 끌었다.

국내 대기업 역시 폐기물 산업 혁신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2일 미국 스타트업 노보룹(Novoloop)이 유치한 약 270억원 규모의 공동 투자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노보룹은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부가 제품으로 업사이클링(자원 재활용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활동)하고 있다.

ESG 펀드를 직접 조성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SK텔레콤은 카카오와 200억원 규모, KT·LG유플러스와 400억원 규모의 ESG 스타트업 펀드를 조성했다. 전통 제조업체인 LG화학, 롯데케미칼 등도 ESG 펀드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임팩트스퀘어,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소풍벤처스 등 국내 대표적인 소셜벤처 투자사들은 일찍이 친환경 및 폐기물 관련 스타트업의 초기 투자를 적극 이끌어왔다. 지난 4월 LIG그룹에서 출범한 LK기술투자는 국내 폐기물 산업에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스타트업을 집중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폐기물 관련 시장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진 가운데 혁신적인 기술력과 솔루션을 가진 ESG 스타트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3D 커스텀 안경 스타트업 브리즘은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안경을 제작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3D프린팅 퍼스널 안경 생산 기술을 개발했다. 3D 스캐너로 얼굴을 스캔해 얼굴 사이즈, 미간 너비, 콧등 높이 등 안면 데이터를 정밀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안경을 3D프린터로 제작한다.

브리즘의 선주문 후 생산 시스템은 수량에 맞춰 제작되기 때문에 안경 재고 부담을 줄여준다. 기성 안경은 생산된 안경 중의 50% 이상이 유통 과정에서 악성재고로 버려지고 있다.

필요한 만큼만 재료를 사용해 생산 과정에서 발생되는 폐기 재료도 10% 미만이다. 이는 기존 안경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 재료의 약 16분의 1 수준으로 불필요한 자원 낭비 요소를 제거하고 있다. 아세테이트 뿔테 생산 과정에서 평면 형태의 아세테이트 시트 중 안경테 모양을 제외한 부분, 즉 10%의 부분만 남기고 90%는 버려진다. 반면 브리즘은 3D 프린팅으로 딱 필요한 만큼의 원재료를 사용하고 사용 중 남은 원재료는 대부분 다음 생산 단계에서 재활용된다.

브리즘은 제품 개발과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폐기 재료를 스크랩해 북마크, 스마트폰 케이스 등 브리즘 굿즈로도 재활용하고 있다.고객이 더이상 착용하지 않아 매장으로 반납하는 폐안경 역시 굿즈 제작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2020년에 설립된 해양 환경 소셜벤처 넷스파는 폐어망과 같은 해양쓰레기를 재활용해서 재생 나일론을 생산한다. 이 재생나일론을 활용해 의류용 장섬유 및 자동차 부품, 전자기 부품 등으로 재생산되도록 한다. 창업자인 정택수 대표는 현대중공업 출신이고 공동 창업자인 송동학 이사는 섬유시험기관 출신으로 해양쓰레기를 고부가가치의 제품으로 재활용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넷스파는 기존 수작업 형태로 폐어망을 직접 선별했던 것과 달리 나일론만을 단일 소재로 완벽히 선별해 대량 추출하는 독자적인 기술과 자동화 설비를 갖추고 있다. 넷스파의 현재 나일론 원료 생산 능력은 연간 4000t 수준이며, 향후 플랜트 증설을 통해 연간 2만t 규모의 폐어망을 재활용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식품을 가공하기 위해 발생되는 식품 부산물은 연간 3000만t에 근접한다. 하지만 이중 70%는 환경부담금을 지불하고 쓰레기로 처리돼 환경적으로 큰 부담이 돼왔다. 리하베스트는 식품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업사이클해 밀가루를 대체하는 가루를 제조, B2C 및 B2B 식품을 만드는 국내 최초 푸드 업사이클 전문 회사다. 맥주와 식혜 부산물을 원료로 대체 분말 식품인 ‘리너지 가루’를 개발했다. 이는 시리얼, 피자, 과자, 제빵 등 다양한 식품 속 주 재료인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다. 이 가루는 밀가루 대비 단백질과 식이섬유 함량은 높지만 칼로리를 낮춘 게 특징이다.

영양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원료화 공정에 반도체 기술을 접목한 것도 특징이다. 자외선과 원적외선으로 부산물을 사전 처리하고 전용 세척용액으로 살균한 후 피드백 제어 방식을 통해 원료의 영양 상태를 모니터링하면서 건조한다. 세척과 건조 이후에는 이물을 분리하는 분쇄 공정을 거쳐 최대한 곱게 갈아낸다. 자체 개발한 원료화 공정에 대해 4건의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리하베스트는 OB 맥주와 협업해 기존에 폐기되던 맥주 부산물을 활용한 리너지바를 생산하고 있다. 또한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대산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보리 부산물을 업사이클링한 리너지 가루 피자 도우도 개발해 제조 및 유통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리너지 가루 피자 도우는 개발 단계에 있으며, 생산 및 제조 테스트 완료 후 올해 하반기 중 상용화 할 예정이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중기벤처부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