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열풍이 불고 있다. ESG 중 탄소중립과 기후변화를 대표하는 환경을 뜻하는 ‘E’는 국내 기업들도 오랜기간 준비해 왔고, 환경을 중시하는 소비운동도 적지 않다. 반면 사회적 책임을 뜻하는 ‘S’는 국내에서는 아직 다소 생소한 부분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7월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 활동을 구분하는 소셜 택소노미(Social Taxonomy) 초안을 발간했고, 이를 뒷받침할 ‘기업지배구조 및 공급망 실사에 관한 법률’을 2024년 시행할 예정이다. 특히 인권보호 등 공급망 선진화에 대해서는 이미 주요 선진국들이 법제화를 마친 상황이다. 가장 큰 이니셔티브로 알려진 유엔책임투자원칙(UN PRI)의 경우 2021년 1월 기준 3615곳이 이 원칙에 서명했고, 국내에도 국민연금을 포함해 11개 기관이 가입돼 있다. 이제 ESG 중 ‘S’도 기업의 선행 대상이 아닌 의무 대상이 된 게 현실이다.
이 시점에서 국내 기업들이 이러한 생태계 변화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2021년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3.3%가 ESG 경영 도입이 필요하다고 느끼면서도, 이들 중 89.4%는 이러한 경영 방식 도입이 준비돼 있지 않거나 어렵다고 답변했다. ESG 평가 경험이 있는 기업 중 77.8%가 대기업으로부터 평가를 요구받았고, 기준 미달이 개선되지 않았을 경우 이 중 47.2% 기업이 거래정지를 받았다고 답변했다.
인력과 자원이 많은 대기업들 역시 아직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보인다. 일부는 ESG에 앞서 있는 선도기업들을 인수함으로써 본인들의 사회가치 수치를 높이는 노력을 한다. 하지만 이는 국내외 여건 변화에 이들 대기업이 얼마나 급한지에 보여주는 방증임은 물론, 장기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시장경제체제에서 다양한 사업 생태계 변화에 사실 가장 적극적으로 대체해 나가는 주체는 역시 기업 자신이다. 필자는 최근 기업 경영진과의 대화에서 이러한 긍정적 모습에 고무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변화가 너무 빠르다. 이에 잘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에 대해 아직은 벌칙이나 퇴출을 논하기보다는 도움을 주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사회적 책임에 대한 평가와 보상이 아직 미흡한 단계에서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더라도 생태계 내에서 서로 맞물려있는 사회적 기여를 충분히 내생화해 성장의 동력으로 삼기 어려울 수 있다. 기업의 사회가치와 재무가치 창출에 있어 두 가치가 독립된 것이 아니고 서로 보완 및 상승작용을 할 수 있어 두 가치를 동시에 최적화하는 투자에 대해 아직 개념화 자체는 물론, 실행하기에 단순하지 않다. 당장 기업의 입장에선 한정된 자원을 어느 가치 창출에 주안을 두고 투자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 이는 전통적 경제학 입장에서 외부효과에 따른 시장 실패가 될 수 있다.
이에 모든 경제 주체의 조력이 필요하다. 학계는 기업의 재무가치와 사회가치 창출을 아우르는 기업의 동적 투자모델 등 이론적 기반을 마련하고, 정부는 제도 정비를 통해 이를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기업에 당근과 채찍을 모두 줄 수 있는 힘은 결국 소비자에게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지를 바탕으로 한 소비 행동이 기반이 되면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이상적 생태계가 더욱 견고하게 확립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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