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황혼①] 60대 이상 채무조정·파산 증가율 1위

코로나19 장기화 등의 여파… 황혼들, 빚더미 고통
지난해 60대 이상 고령층의 채무조정
전 연령대 중에서 가장 많이 증가
개인파산 신청 증가율도 가장 높아

#이희애(62·가명)씨는 코로나19 여파로 운영하던 옷가게가 어려워졌다. 손님들이 뜸해지면서 결국 지난해 옷가게를 접었다. 옷가게를 접은 이씨는 이후 생계를 위해 염색방을 운영하는 등 새로운 사업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생각만큼 수익이 나지 않았다. 결국 보증금으로 임차료를 충당하고 여기저기서 빌렸던 1억원 가까이 되는 빚만 남게 되면서 파산을 신청했다.

코로나19 장기화 등의 여파로 은퇴 이후 황혼들이 빚더미 고통을 겪고 있다. 지난해 60대 이상 고령층의 채무조정이 전 연령대 중에서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파산 신청 증가율도 가장 높았다.

11일 아시아경제가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신용회복위원회의 '최근 5년간 채무조정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채무조정 확정자는 11만3863명으로 전년 대비 1.7% 감소한 반면 60대 이상 채무조정 확정자는 1만5751명으로 전년 대비 10.8% 늘어나 다른 연령대에 비해 증가율이 가장 가팔랐다. 신복위가 운영하고 있는 채무조정은 빚을 갚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채무자들의 빚을 탕감해주거나 상환 기간을 연장해주는 등 빚을 갚을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60대와 20대를 제외한 연령층에서는 채무조정 확정 건수가 줄었다. 30대의 경우 2만4153명으로 전년 대비 6.2% 감소했다. 40대는 3만2793명, 50대는 2만8088명으로 각각 전년대비 6%씩 감소했다. 20대 채무조정 확정자는 1만3078명으로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채무탕감 총액은 약 3조4818억원으로 전년(3조60억원)대비 13.7% 증가했다. 1인당 평균 탕감액은 3058만원으로 이 역시 전년(2596만원)대비 15.1% 늘었다.

개인 파산을 신청한 60대 이상 고연령층도 지난해 말 기준 1만7236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0대가 1만3680명, 70세 이상이 3556명이었다. 이는 전년 대비 11% 증가한 수치다. 20대부터 50대까지 다른 연령층의 파산 신청자가 전년 대비 3~18% 가량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경기가 어려워지고 정부가 오는 9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연장 및 상환 유예 조치를 종료하기로 하면서 상담 문의가 늘고 있는 분위기다. 김봉규 문앤김 변호사는 "고연령층 파산의 경우 자식들에게 빚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 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엔 코로나19 등으로 사업 어려워지면서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은퇴 이후 황혼들이 소득이 줄거나 없어지면서 빚 감당이 더 힘들어지는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60대 이상의 파산 신청자는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른 연령대는 연도별로 등락이 있는 반면 60대 이상 파산 신청자는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는 흐름이다. 2017년 1만840명, 2018년 1만1223명, 2019년 1만2606명, 2020년 1만5570명 등으로 매년 늘고 있다.

진 의원은 "노후에 빚을 감당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들이 늘고 있다"며 "사각지대에 놓인 고령층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의 세심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금융부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금융부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