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부품 부족에 오후 라인 가동 중단…커지는 '납품단가 연동제' 불씨(종합)

협력사 "9일까지 연료탱크 공급 불가" 통보
"원자재값 인상·전동화 전환이 위기감 키워"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1차 협력사의 부품 납품 중단으로 멈춰섰던 기아의 일부 완성차 생산 라인 재개가 늦춰질 전망이다. 협력사가 추가로 납품 공급 중단을 예고하면서다. 기아는 해당 부품이 들어가는 공장의 라인 가동이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1차 협력사가 화물연대 파업으로 하위 협력사로부터 원재료 공급을 받지 못해 생산 차질을 빚은 데다 원자재 가격 급등에도 납품가격은 올려주지 않아 생긴 불만이 표출된 것 아니냐는 데 무게가 쏠린다. 현재 정부와 정치권이 추진 중인 납품단가 연동제에 대한 찬반 논란도 재점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에 연료탱크를 공급하는 1차 협력사인 티아이오토모티브는 지난 1일 현대차·기아에 오는 9일까지 연료탱크 공급 불가를 알리는 공문을 추가로 보냈다. 이 업체는 "공급 차질 발생 및 공급 안정을 위한 안전재고 확보가 불가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아 광명 1공장은 이날 오후 근무조 분량의 생산이 중단된 상황이다. 기아 광명 1공장은 카니발, 스팅어, K9 등을 생산하고 있다.

티아이오토모티브는 지난달 24일 감산과 관련한 공문을 보낸 뒤 29일 공급 불가를 알리는 1차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30일부터 기아 화성 1공장 쏘렌토 생산 라인을 시작으로 광주 2공장 스포티지, 광명 1공장 카니발 등 생산이 순차적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이번에 공급 부족 사태를 맞은 연료탱크는 7종의 사양 중 3종이며 주로 하이브리드 차량에 탑재하는 부품으로 알려졌다. 2차 공문을 통해 공급이 중단되는 부품도 앞서 언급한 차량들이 대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생산차질이 원자재 가격 인상과 화물연대 파업 후폭풍이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납품가격 연동제와 전기차 전환에 따른 협력사의 불안감 때문으로 보고 있다.

납품가격 연동제는 납품대금에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반영하는 제도로 2008년부터 논의가 시작됐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산, 세계 공급망 불안,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통해 원자잿값이 고공행진하면서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원자재 가격이 전례없이 치솟으면서 정치권도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당론으로 추진키로 했다. 정부 역시 하반기 일부 원자재 품목을 중심으로 표준계약서를 활용한 납품단가 연동제를 하반기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시범운영은 강제성이 없고, 연동제 도입 이뤄져도 구체적인 제도 설계 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 연동제 적용 업종 및 원자재 범위와 기준 가격, 원자잿값 상승 및 하락 시기에 대한 기준, 연동 비율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입장이 첨예한 사안이 쌓여있다. 제도 의무화 논란과 이행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할 지 아니면 미이행하는 기업에 처벌을 도입할 지도 논란 거리다.

급격한 전동화 전환도 부품업체의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자동차 전동화에 따라 국내 내연기관 부품기업이 2019년 2815곳에서 2030년 1970곳으로 845곳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 또한 전기·수소차 비중이 현재 2~3%에서 2030년 33%로 상승하면 3만5000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부품사들은 자력으로 기술 개발이 어렵기 때문에 현재 내연기관 부품 납품에서 전동화 차량 부품 납품으로 전환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차량 전동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현재 협력사는 ‘미래에는 더 이상 납품이 불가능하다’는 생존의 불안감이 팽배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아 관계자는 하반기 시범 운영과는 관계 없이 이미 오래전부터 자체적으로 납품단가 연동제를 시행해 오고 있다는 입장이다. 기아 관계자는 "기아는 기존부터 협력사들과 원자재 가격 연동제를 지속 실시해 왔으며, 티아이오토모티브 와도 원자재 가격 연동제를 실시해 왔고 최근에도 인상 합의를 했다" 면서 "따라서 연료탱크 공급 문제는 원자재 가격, 납품단가 연동제와는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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