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값도 벅찬데' 최저임금 인상안에 자영업자들 '한숨'

내년 최저임금 심의서 경영계·노동계 '충돌'
생산자물가 사상 최고치 기록...5개월 연속 상승세
"물가상승에 인건비까지 더해지나" 자영업자 우려 목소리
관건은 '업종별 차등적용', 논의 지속 여부 주목

지난 2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아시아경제 김정완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서 경영계는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와 같은 9160원을, 노동계는 10890원을 제시했다. 올해보다 18.9% 인상하는 요구안에 영세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식재료값에 이어 인건비 부담이 급격히 가중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영계는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6차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동결안인 9160원을 제시했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2017년부터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44.6%에 달하는데, 같은 기간 1인당 노동생산성은 4.3%,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11.5% 증가에 그쳤다"며 "기업의 지불능력과 법에 예시된 결정기준을 볼 때,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인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21일에는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요구안으로 올해 적용 최저임금보다 1730원 많은 10890원을 제시했다. 이날 최임위 근로자위원들은 "(자체적으로) 산출한 적정 실태 생계비인 시급 1만3608원(월 284만4070원)의 80% 수준"이라며 "현재 경제 상황을 고려했고, 단계적으로 달성해가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은 최근 지속해서 상승해왔지만, 노동계가 제시한 금액은 현행 대비 18.9% 인상하는 수준으로 해당 요구안대로 반영된다면 2018년 이후 최고 인상률을 기록한다. 지난 2017년부터 최저임금 추이는 △2017년 6470원 △2018년 7530원 △2019년 8350원 △2020년 8590원 △2021년 8720원 △2022년 9160원으로 상승세를 보였지만, 지난 2017년 6470원에서 2018년 7530원으로 오른 당시 16.4% 인상률을 보인 이후로 15%를 넘어선 적은 없었다.

식재료를 비롯한 물가상승이 이어져 자영업자들의 인건비 우려도 커지고 있다.

1만원을 넘는 제시안에 외식업계 자영업자 사이에선 물가상승으로 인한 식재료값도 부담인데 인건비 걱정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마포구에서 11년간 음식점을 운영해온 강모씨(50대)는 "거리두기 풀리면서 사람들이 아무리 많이 와도 장 보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다. 식자재값이 죄다 올랐다"며 "인건비까지 올리라고 하면 우리같이 영세한 자영업자들은 나가 죽으라는 꼴이다"라고 토로했다.

장바구니 물가는 나날이 상승하고 있다. 통계청의 지난달 물가 상승률에 따르면 닭고기 16.1%, 돼지고기 20.7%, 수입소고기 27.9% 등 축산물의 물가가 크게 올랐다. 가공식품은 국수 33.2%, 밀가루 26%, 식용유 22.7% 등 73개 중 69개 품목의 가격이 모두 상승했다. 또 식초 21.5%, 된장 18.7%, 간장 18.4% 등 주요 식료품들도 10% 넘게 올랐다.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되면 인력을 줄여 가족경영으로 돌려야 버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종로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권모씨(40대)는 "코로나로 손실 봤던 날들 지나고 이제 숨통 좀 트이나 했는데 걱정이다"라며 "영업시간도 늘고 손님도 많아져서 아르바이트생이 더 필요한데 최저임금 올랐다고 (내년에) 자를 수도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너무 오르면 가족들한테 도움을 구할 생각이다. 다른 물가도 계속 올라서 부담이 너무 크다"고 호소했다.

지난달 국내 생산자물가는 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2년 5월 생산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19.24로 전월대비 0.5% 올랐다. 생산자물가는 올해 1월부터 5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손진식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물가통계팀장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공급망 차질에 따른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수입 가격에 반영되면서 생산자물가를 밀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야간 영업 중인 서울의 한 편의점.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편의점·PC방 등 상시 운영 업계는 일정한 고정 지출이 발생해 부담을 피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씨(47)는 "24시간 운영 특성상 인력에 일정한 고정 지출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편의점이 무슨 유행을 타는 것도 아니고 수익은 항상 비슷한데 4대 보험에 주휴수당까지 생각하면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업무난이도가 어렵지 않은 직종엔 차등적용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를 두고도 경영계 및 노동계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안건은 지난 16일과 17일 표결 끝에 부결됐지만 관련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김정완 기자 kjw10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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