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인플레 경고' 서머스가 옳았다, 경기침체도?...바이든, 결국 서머스 찾아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인플레이션 경고는 서머스가 옳았다. 경기침체도?"

미국 내에서 경기침체 논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현 경제 수장인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 대신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을 찾았다. 서머스 전 장관은 지난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옐런 장관이 인플레이션을 일시적 현상으로 과소 평가했을 당시 인플레이션이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정확히 예측했던 인물이다. 최근에는 미국이 1~2년 내 경기침체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도 내놨다.

◇전직 재무장관 찾은 바이든

미 정치매체 더힐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레호보스 비치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오늘 아침 서머스 전 장관과 이야기를 나누었다"며 "경기침체와 관련해 피할 수 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there’s nothing inevitable about a recession)"고 밝혔다.

이는 최근 서머스 전 장관이 "1~2년 내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한 것에 대한 일종의 공개적 반박이다. 경기 침체를 피해 갈 수 있다는 최근 행정부 고위 관료들의 발언과도 일맥상통한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굳이 서머스 전 장관을 언급하며 통화 사실을 밝힌 것 자체가 도리어 경기침체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음을 방증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이번 통화는 미국 내에서 경기침체 논쟁이 한창인 가운데 이뤄졌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경기침체 언급으로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나빠질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이번 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경제 심리를 고려해 침체 발언의 강도를 조절해줄 것을 부탁하는 한편, 서머스 전 장관으로부터 경제 진단과 조언을 얻으려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잘못된 진단으로 시장 신뢰를 잃은 ‘경제수장’ 옐런 장관, Fed와 달리 서머스 전 장관의 예측은 지금까지 정확히 맞아 떨어지고 있다.

서머스 전 장관은 지난해 2월 워싱턴포스트(WP) 기고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경험해보지 못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를 쏟아냈다. 지난해 5월에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 현상’이라는 Fed를 겨냥해 지나치게 안일한 인식을 갖고 있다며 당장 긴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들어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오일 쇼크 직후인 1970년대와 비슷하다고 경고했다.

◇체면 구긴 ‘경제수장’ 옐런

서머스 전 장관의 잇단 경고에 공개적으로 반박해 온 옐런 장관으로선 면을 구기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빌 클린턴 행정부의 경제수장이었던 서머스 전 장관을 찾았다는 사실만으로도 현 경제수장으로서 좁아진 입지를 드러낸다.

옐런 장관은 지난해 서머스 전 장관의 WP 기고 이후 "주요한 위험이 아니다" "대처할 도구를 갖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위험을 과소 평가했다. "욕조에 너무 많은 물을 붓는다면 물이 넘치기 시작할 것"이라는 서머스 전 장관의 경고에는 "작은 위험이고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내 판단이 틀렸었다"고 실책을 인정한 상태다. 이에 현지 언론들은 최근 "바이든 대통령은 서머스 전 장관에게 사과를 빚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번 통화에서 서머스 전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경기침체 우려와 함께 강력한 긴축 필요성 등을 전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머스 전 장관은 이날도 영국 런던에서 진행된 한 연설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실업률이 5%이상으로 높아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현재 Fed가 직면한 과제는 1970년대 폴 볼커 전 의장이 맞닥뜨린 것과 비슷하다는 진단이다. 그는 "미국은 볼커 전 의장이 1970년대 후반~1980년대 초반에 추진했던 강력한 긴축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이날 대표적 ‘매파’ 인사인 제임스 불러드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1970년대 수준과 비슷하다며 Fed가 시장 기대에 부합하는 긴축행보를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 경제가 올해 확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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