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희기자
[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2년 넘게 국내 증시에서 상장주식을 69조원가량을 팔아치운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강도 높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예고한 상황이어서 외국인 매도세는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외국인의 유동성 회수로 코스피 지수는 작년에 세운 사상 최고치(3305) 대비 30% 조정을 받은 2300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코스피(유가증권시장)와 코스닥시장에서 2020년부터 지난 17일까지 2년 5개월여간 68조9006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2020년부터 '매도' 기조를 이어오면서 본격적으로 주식을 내다 팔았다.
연도별 외국인 순매도 규모를 보면 2020년 24조8148억원에서 지난해 25조7948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지난 17일까지 18조2911억원에 이른다.
외국인의 현금화가 가능한 건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이 기간 개인은 168조원가량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처럼 외국인의 차익실현 매물을 개인 투자자들이 받아주면서 지수는 지난해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코스피는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3월 1457.64까지 떨어졌다가 개인의 매수와 전 세계 경기 부양에 힘입어 오름세로 전환해 지난해 7월 3305.2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도 2020년 3월 428.35에서 작년에 닷컴버블 이후 20년 만에 1000선을 돌파했다.
그러나 증시가 올해 약세장에 진입하면서 지난 17일 장중 코스피는 2396.47까지 떨어졌고 코스닥지수는 780선까지 내려갔다.
시장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에 외국인의 국내 증시 복귀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원화 약세 속에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외국인 자금이 더 빠져나가 미국으로 흡수될 것"이라며 "금리 역전 폭이 벌어지면 위험은 더 커져 연내 외국인 매수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연준이 이달에 이어 7월에도 금리를 0.75%포인트 올릴 것이라며 미국 기준금리가 현재 연 1.5∼1.75%에서 연말에는 3.25∼3.5%로 높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연준이 제시한 점도표(기준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상 중간값은 3.4%로 높아졌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현재 연 1.75%로 미국과 격차는 0.00∼0.25%포인트로 사실상 같아졌다.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금리가 낮은 엔화나 달러를 국내에 들여와 금리차익을 내는 캐리트레이딩(금리 차를 이용한 투자)을 할 이유가 없어진다. 미국에 대한 투자 수익률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연말까지 네 차례(7·8·10·11월)의 통화정책방향결정 회의에서 모두 기준금리를 올리고 이 중 한번은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0% 포인트 인상)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외국인의 매수 복귀가 어려워지면 코스피의 상승 추세 전환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17일 장중 2400을 밑돈 코스피는 저점을 더 낮출 가능성이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장기화하고 연준의 정책 효과가 발휘되지 못하면 지수 하단이 낮아지는 박스권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코스피 2400대가 깨지면 다음 지지선은 2280 정도로 본다"고 설명했다.
코스피 전망치 하단을 2330으로 제시한 유진투자증권은 "주가가 더 하락하면 전망치를 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황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코스피는 지난해 고점 대비 30% 떨어진 2300 정도까지 저점을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IBK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은 하반기 코스피 전망치 하단을 2400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아직 변경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나금융투자는 코스피가 현 수준에서 더 하락하면 과매도 국면이라고 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가 단기적으로 2400선에서 지지력을 테스트한 후 기술적 반등을 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했다.
그는 그러나 "코스피는 3분기에 기술적 반등을 하고서 4분기부터 2차 하락을 재개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며 "진짜 바닥은 내년 1분기 혹은 연말이나 연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한미 기준금리가 내년에 정점에 도달하면 코스피가 비관적으로 1500까지 저점을 낮추는 상황도 각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