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뚫은 이자…코인주역 20대 '회생신청' 급증' [이자푸어 시대]

은행 금리 2년 전 대비 1.65%P 상승
가상자산시장 폭락·루나 사태 여파
상환은 커녕 이자만 내기도 버거워
회생 접수건 수 연평균 800건 증가

[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심나영 기자, 이민우 기자] #서영수(28·가명)씨는 최근 주식 시장이 폭락하면서 큰 손해를 본 뒤 개인 회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인 부동산 대신 주식으로 재테크를 해보겠다는 생각이 큰 화를 불렀다. 당초 시중은행과 대부업체 등에서 빌린 원금이 4억8000만원 정도였지만, 금리가 오르면서 개인회생 신청 당시 이자만 1억원에 달했다.

#코인 투자를 위해 마이너스 통장으로 6000만원을 끌어썼던 김선후(25·가명)씨도 사정이 비슷하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면서 빚을 갚을 여력이 없어지자 연체가 반복됐다. 게다가 연 2.7%였던 이자가 4.3%까지 늘어나면서 매달 13만원 수준이었던 이자가 21만원까지 불어나 더욱 감당하기가 힘들어졌다. 김씨는 결국 개인회생 상담을 받으러 다니고 있다.

20대 ‘이자 푸어’들 증가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증시 호황을 노리고 주식·코인 투자에 뛰어든 청년층이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히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되고 루나 사태 등이 이어지면서 개인회생 문의가 늘고 있다고 변호사들은 입을 모은다. 개인회생·파산 전문인 김봉규 문앤김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개인회생 절차를 진행하려는 20대의 채무에는 주식, 코인 때문에 진 빚이 포함된 경우가 대다수"라고 전했다.

20대의 개인회생 접수건수는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을 통해 받은 ‘회생·파산 현황’에 따르면 만 20~29세의 개인회생 접수건 수는 2019년 1만307건에서 2020년 1만1108건, 2021년 1만1907건으로 매년 평균 800건씩 증가했다. 최근 코인·주식 투자 빚으로 인한 개인회생 신청 건수가 늘자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코인 관련 처리 기준을 만드는 태스크포스(TF)가 꾸려져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밝혔다.

특히 금리가 상승하면서 늘어나는 이자 부담도 이런 현상에 한 몫 했다. 자산시장이 위축되면서 투자 이익으로 감내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이자 부담이 갈수록 커져 회생신청을 부추기고 있다. 진선미 의원은 "금리 추가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청년층의 부채에 대한 부담도 날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청년들이 빚 부담을 덜고 사회구성원으로 복귀할 수 있게 정부부처의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리 얼마나 올랐나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 1년 동안 은행 금리는 얼마나 올랐을까.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용대출 금리를 살펴보면 지난 15일 기준 3.599%~5.44%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 대비(2.0%~4.73%)금리 하단과 상단이 각각 1.599%포인트(p), 0.71%p 올랐다. 2년 전(1.94%~4.46%)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 벌어져 1.659%p, 0.98%p나 상승했다.

코인투자를 위해 시중은행에서 1억원 신용대출을 했던 진하영(28·가명)씨는 대출 연장신청을 하면서 2년만에 ‘이자 푸어’ 신세가 됐다. 2020년 6월에 처음으로 대출 받을 때만 해도 금리 2.64%에 월 이자는 22만원 수준이었는데, 이번에 연장을 하면서 금리가 4.31%로 올랐다고 통보 받았다. 월 이자도 덩달아 36만원까지 늘어났다.

진씨는 "이자가 너무 올라서 빚부터 갚고 싶은데 코인장이 폭락하면서 이자만 겨우 내고 있다"며 "6개월마다 한번씩 금리 변경 통보를 받는데 공포 수준"이라고 했다. 만약 한국은행이 올해말까지 기준금리를 네차례 추가 인상한다면 진씨가 12월에 통보받는 금리는 5.31%, 내야 할 이자비용만 44만원에 달한다. 처음 대출 받았을 때의 두 배로 뛰는 셈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급격한 금리 인상은 경기 침체를 부채질 할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통화정책이 지금 당장 소비,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시차를 두고 영향이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경기가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따라 금리를 가파르게 올릴 경우 경기 침체 정도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주식시장 거품이 빠지고 있는 가운데 내년부터 부동산 시장도 금리 영향을 받아 꺼질수 있으므로 국내 기준금리 인상은 조심스레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심나영 기자 sny@asiae.co.kr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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