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기자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3년 만에 돌아온 가수 싸이의 흠뻑쇼에 이어 워터밤 축제도 뭇매를 맞고 있다. 워터밤 페스티벌은 아티스트와 가수가 팀을 이뤄 상대팀과 물싸움을 하며 음악을 즐기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최악의 가뭄으로 농가가 시름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물을 낭비하는 축제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배우 이엘은 지난 12일 트위터를 통해 오는 24일 개최되는 '워터밤 페스티벌'에 대해 "워터밤 콘서트 물 300톤, 소양강에 뿌려줬으면 좋겠다"고 일침했다. 강원 인제와 춘천을 흐르는 소양강은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이달 초부터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가뭄은 올해 봄부터 지속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기상청 수문기상 가뭄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국 누적 강수량은 160.7㎜로 평년(310㎜)의 52% 수준에 그쳤고, 지난달 2일부터 지난 1일까지 한달간 전국의 평균 누적 강수량은 평년(104.2㎜)의 5.6% 수준인 5.8㎜에 불과했다. 지난달 말 기준 저수지 저수율도 58.8%로 평년의 91% 수준이다. 이달 초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단비가 내렸지만, 지난 겨울부터 부족했던 강수량을 해갈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농업용수가 부족해지면서 밭에서 기르는 노지 밭작물의 작황도 영향을 받고 있다. 1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감자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32.1% 상승했다. 지난달 전체 채소 가격이 전년 대비 0.2% 상승에 그친 것에 비하면 노지 작물 생산량 타격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마늘 역시 전년 대비 11.6% 올랐다.
이같은 상황에서 물을 쓰는 축제는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앞서 가수 싸이의 '흠뻑쇼'도 물을 맞으면서 공연을 즐기는 콘셉트로 진행된다는 이유로 시민들의 비판을 받았다. 싸이는 지난달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콘서트 회당 300톤(t)가량의 식수를 사용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가뭄 피해가 극심해 농가가 타격을 받는 상황에서 이같은 축제 방식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이밖에도 '신촌 물총 축제', '송크란뮤직페스티벌' 등 물을 사용할 예정인 다른 축제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해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는 소비자의 자유로운 행위이지만 우리가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아가기 때문에 공동체의 공동 이익을 저해하거나 타인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는 소비는 자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윤리적 소비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이번 논란의 경우에도 가뭄이 심각하다고 한다면 축제의 콘셉트를 바꾸는 등 변화를 줄 필요는 있다. 혹은 이같은 소비자들의 우려를 의식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가를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내 보여주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