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부터 기름값까지…고공행진 물가에 시민들 '울상'

전국 평균 휘발유 2069.74원·경유2069.32원…연일 최고가 경신 중
유류세 인하율 한시 확대 조치도 사실상 '무용지물'
"피부로 느낄 정도로 기름값 올라"
밥상물가도 오름세 지속
전문가 "국제 정세 불안으로 인한 물가 상승…별다른 옵션 없어"

최근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12일 오후 서울의 한 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국내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시민들의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치킨·자장면·떡볶이 등 서민음식 가격이 급등하는가 하면 기름값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생활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치 등 물가를 잡기 위한 대책을 내놨지만,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이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인 탓에 당장 뾰족수가 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1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ℓ)당 2069.74원을 기록했다. 휘발유 가격은 지난 11일 2064.59원을 돌파하며 기존 최고가(2012년 4월18일 2062.55원)를 10년2개월 만에 넘어선 데 이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전국 경유 판매가격도 리터당 2069.32원으로 사흘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경유 가격은 지난달 12일 리터당 1953.29원을 기록해 기존 최고가(2008년 7월16일 1947.75원)를 약 14년 만에 경신한 이후 매일 최고가를 찍고 있다.

앞서 정부는 기름값을 잡기 위해 지난달 1일부터 휘발유·경유·LPG부탄에 대한 유류세 인하율을 기존 20%에서 30%로 한시 확대하는 조치를 시행했지만 이마저도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하면서 유류세 인하 효과가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여파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유럽연합(EU)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강력한 경제 제재를 단행한 한 것이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1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지수는 작년 12월보다 4.2%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3.4%)을 웃돌았다. 39개 외식 품목의 가격이 모두 작년 말보다 올랐고 이 중 치킨의 상승률이 6.6%로 가장 높았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밥상 물가도 요동치고 있다. 지난 3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5.4% 상승했다. 2008년 8월(5.6%) 이후 13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외식 물가도 예외는 아니다. 1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물가지수는 작년 12월보다 4.2%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3.4%)을 웃돌았다.

39개 외식 품목 가격이 모두 지난해 말보다 올랐는데, 치킨은 6.6% 상승해 오름폭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자장면(6.3%), 떡볶이(6.0%), 칼국수(5.8%), 짬뽕(5.6%), 김밥(5.5%), 라면·커피(각 5.2%), 볶음밥(5.0%) 등은 가격이 5% 넘게 올랐다. 이 역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밀가루 등 곡물 가격이 오른 영향으로 보인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시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직장인 윤모씨(31)은 "경차를 타서 주유 값이 다른 차량에 비해 적게 나왔다"며 "올해 초만 해도 풀로 주유하면 5만5000원가량이었는데 지금은 다 바닥난 상태가 아닌데도 휘발유 기준으로 7만원대 초반이 나온다. 전에는 가까운 거리도 차로 이동했는데 이제는 지하철로 가거나 아니면 택시를 타는 게 더 나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자영업을 하는 30대 A씨도 "매일 자가용으로 출퇴근을 하는데 전에는 5만원 넣으면 2주를 탔다면, 지금은 체감상 거의 일주일 정도밖에 못 탄다"며 "운송이 생업인 사람은 정말 피부로 느낄 정도로 기름값이 올랐다"고 전했다.

전문가는 물가 상승이 저소득층에게 더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만큼 관련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현재 물가 상승세는 국제 정세 불안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한 영향이 크기 때문에 옵션이 별로 없는 상황"이라며 "당분간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세금 감면 등으로 어려움을 덜어줘야 한다. 특히 생계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을 배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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