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선기자
김종화기자
김민영기자
문채석기자
송승윤기자
[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김종화 기자, 김민영 기자, 문채석 기자, 송승윤 기자] “결사! 투쟁!” 7일 오전 10시께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정문 앞 두 개 차로에 5열로 앉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조합원들은 연신 구호를 외쳤다. 오전 10시5분께 평택항지부 오뚜기지회에서도 500명 가까운 조합원들이 깃발을 들고 파업에 참여했다.
마이크를 잡은 집회 진행자는 “계속해서 조합원들이 협력하기 위해 이 곳으로 모이고 있다”며 “반대편 한 개 차로도 개방해달라”고 말했다. 이후 평택항지부 조합원들은 한 개 차로마저 차지하기 위해 움직였다. 경찰은 확성기를 통해 “신고된 집회 구역을 넘어서서 교통을 방해하는 행위는 도로교통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다시 중앙선 너머로 넘어가지 않을 경우 지금부터 불법행위를 채증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 개 차로에 자리를 깔고 앉았다. 오전 10시25분께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박수와 함께 출정식을 진행했다.
이날 전국 16개 지역본부에선 화물연대 총파업 출정식이 열렸다. 서울경기 지역의 출정식은 경기 의왕 ICD 앞에서 진행됐다. 화물연대 측은 "지난 2일 국토교통부와의 1차 교섭 이후 정부로부터 어떤 대화 요청도 없다"며 "지금 정부는 엄정대응 방침 등 수립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경기 의왕 ICD 내부 직원들이 모두 집회 현장으로 뛰쳐나와 업무가 멈춘 상태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경유값 급등과 함께 화물 노동자의 유류비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화물 노동자의 임금을 보장해주던 안전운임제는 올해 폐지될 예정이다. 안전운임제 관련 법안의 개정 없이는 적정임금 보장이 안 된다는 게 화물연대 측 주장이다.
화물연대 파업에 따라 전국 사업장의 물류가 차질을 빚고 있다. 서울·경기지역 출정식이 열린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는 내부 직원들이 모두 집회에 참여하며 업무가 올스톱됐다. 최대 무역항인 부산항도 컨테이너 차량의 출입이 급감했고 육가공 식품과 옥수수 등 배합사료의 원료, 발전소 연료 등을 담당하는 군산항도 멈췄다. 철강업체가 몰려있는 포항의 경우도 이날부터 철강제품 출하향이 전면 중단됐다. 시멘트 운송 특수차량인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가 멈추면서 건설현장도 마비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1월 화물연대 파업당시 시멘트 출하량은 하루 최대 80% 급감한 바 있다.
시멘트와 컨테이너 화물차는 안전운임제 적용을 받고 화물연대 가입 비중이 높은다. 화물연대에 가입하지 않은 화물차도 안전운임제의 영향을 받아 소극적으로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전체 소주 생산량의 70%를 맡고 있는 이천·청주공장에서는 소주제품의 출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하면 편의점을 비롯해 도매상과 대형마트, 일반 음식점까지 물량 부족 사태가 번질 수 있다.
정부는 불법파업에 엄정대응키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사용자의 부당노동 행위든, 노동자의 불법 행위든 간에 선거 운동할 때부터 법에 따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천명해 왔다"면서 ‘불법행위 원칙대응’ 기조를 밝혔다. 정부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민형사상 책임을 묻고 차량을 이용해 불법으로 고통방해를 하거나 운송방해를 할 경우 운전면허를 정치 또는 취소할 방침이다.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하면 화물운송 종사자격을 취소키로 했다.
부산항 등 주요 항만과 주요 물류기지 등에 군위탁 컨테이너 차량 등 관용차량을 투입하고 자가용 화물자동차의 유상운송을 즉시 허용키로 했다. 필요 시 컨테이너, 시멘트 운송 열차를 증차 운행하고 화물연대에 가입하지 않은 운휴차량을 활용해 대체수송에 활용키로 했다. 집단운송거부기간 중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10t이상 사업용 견인형 특수자동차, 자가용 유상운송 허가 차량에 대해 7일 0시부터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파업의 불씨가 된 안전운임제와 관련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본격적인 논의를 착수할 계획이다.
경찰은 불법 행위가 발생할 경우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날 내부 지시를 통해 "각급 지휘관들은 불법행위 발생시 상황을 직장해 적극적으로 지휘하고 관서 상황에 따라 비상 근무에 준해 가용인력을 적극 활용하라"며 "불법행위자는 최대한 현장검거를 원칙으로 해당 기능별로 적정 인력 운용 방안 등을 수립하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ICD와 평택항, 기타 사업장에 경찰력 16개 중대 1200여명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날 경기 의왕 ICD 앞 집회 현장에서 경찰은 불법행위 채증에 집중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