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민재기자
[아시아경제 곽민재 기자] 서울 강서구 롯데시네마 김포공항점. 이곳에는 인공지능(AI) 스마트 키오스크 12대가 설치돼 있다. 평일 오후 찾아간 극장 상영관 앞에서 관람객들은 AI 스마트 키오스크를 통해 음성으로 영화표를 주문하고 있었다. 태블릿 PC 크기의 키오스크 화면을 터치하고 원하는 영화와 시간, 인원을 얘기하자 키오스크가 음성으로 답하면서 일처리를 했다. 롯데시네마 김포공항점에서는 음성을 통해 팝콘, 콜라 등 간식 구매까지 가능해 직원 숫자는 적었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무인(無人)시대’를 앞당긴 대표 아이템은 키오스크다. 경제 활동이 위축되는 동안에도 키오스크 시장은 호황을 누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키오스크 기기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20년 176억3000만달러(약 21조원)에서 2027년 339억9000만달러(약 40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키오스크 기술 성장세도 가파르다.
◆AI 음성인식…디지털 약자 장벽도 낮춰= 지능형 AI 전문 기업 엘젠아이씨티는 키오스크의 두뇌를 만드는 회사다. 자체 AI 플랫폼인 인공지능 스마트 키오스크 솔루션 아이스마트케이(I-SmartK)를 키오스크 제조업체에 공급한다. 음성으로 안내, 주문, 결제가 가능하다. 인공지능 기반의 음성인식 및 자연어처리(NLP) 기술이 탑재돼 대화 속 문장의 키워드(entity)와 의도(intent)를 파악하고 STT(speech to text), TTS(text to speech)로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사람의 명령을 수행한다. 김남현 엘젠아이씨티 대표는 "우리 회사 임직원 중 70% 이상이 AI 연구개발자고 AI 관련 특허만 5개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며 "AI 음성 인식률 신뢰성이 93% 이상일 정도로 국내 AI 스마트 키오스크 솔루션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엘젠아이씨티의 AI 스마트 키오스크는 장애인, 노인 등 디지털 약자의 불편함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키오스크 화면을 보지 못하는 시각 장애인도 키오스크와 음성 대화를 통해 원하는 메뉴를 확인하고 주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엘젠아이씨티는 2년 전부터 여러 기업과 협업해 시각·청각·지체장애인은 물론 어린이, 노인도 사용하기 쉬운 배리어프리(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장벽을 허무는 작업) 키오스크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점자 디스플레이, 사용자 키를 인지한 높낮이 조절부터 인공지능을 활용한 음성인식 등이 가능한 제품이다.
물론 매장 점주에게도 도움이 된다. 김 대표는 "AI 스마트 키오스크는 일반 키오스크보다 10여 단계를 줄여 대략 17초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며 "고객의 번거로움도 줄이고, 매장의 회전율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AI챗봇 상용화…휴먼로봇 개발 목표= 김 대표는 해군사관학교에서 정보통신장교로 근무하다 5년 차에 전역하며 정보통신(IT) 분야로 진로를 정했다. 공공사업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다 2014년 창업했다. 창업 2년 만에 인공지능 챗봇인 ‘뚜봇(대구 두드리소 상담 로봇)’ 상용화에 성공했다. 국책사업에 선정돼 10억원을 투자받았고, 이후 3년을 공들여 자사 솔루션인 I-SmartK를 개발했다.
엘젠아이씨티는 롯데정보통신,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TCK) 등 기업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특히 AI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지역인 광주광역시의 송정역, 금남로 지하상가 등에는 스마트 키오스크와 스마트벤딩머신 100여대가 설치돼 있고, 올해 추가로 2000대를 설치한다. 지난해 75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 두 배를 예상한다.
김 대표는 "AI 기술을 바탕으로 5년 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휴먼로봇 분야에 진출할 계획"이라며 "우리가 가진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더욱 발전된 아이휴먼(i-Human, 엘젠아이씨티가 만든 AI 상담사)에 안면인지·표현, 행동인지·표현 등의 기술을 적용해 특화된 영역의 인공인간으로 발전시켜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