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너무 커' vs '연대한다' 재개된 '전장연' 시위…시민들 반응도 엇갈렸다

전장연, 21일 이동권 시위 재개
추경호 기재부 장관 후보자에 답변 촉구
"권리예산 입장 발표 약속하면 시위 멈춘다"
"출근길 늦어" 일부 시민들 불만 토로
전장연에 '연대' 목소리 높이는 이들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소속 장애인들이 21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장애인 이동권 시위'가 22일 만에 재개됐다. 이로 인해 출근길 지하철 운행이 수십분간 지연되면서 시민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출근길 불편을 호소하며 전장연을 향해 비판을 쏟아냈으나,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 공감한다며 '연대 시위'에 동참하는 이들도 있었다.

전장연 회원 및 장애인 권리 활동가 등 250여명은 21일 오전 7시께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호선 시청역에서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벌였다. 이번 시위는 휠체어에 탄 참가자들이 승강장에 일렬로 줄지어 탑승한 뒤, 여러 열차 칸을 이동해 다른 승강장에서 내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로 인해 열차가 수십분 간 이동하지 못하고 멈춰섰다.

전장연이 이동권 시위를 재개한 것은 지난달 30일 이후 22일 만이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시위에서 "인수위가 끝내 공식적으로 답변을 주지 않았다"라며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오는 5월2일 인사청문회에서 장애인 권리예산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해야 한다. 입장 발표를 한다고 약속하면, 그날까지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멈추겠다"라고 밝혔다.

21일 오전 장애인 권리예산 및 장애인 이동권 대책 요구 시위를 벌이고 있는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 / 사진=연합뉴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지난 19일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으로 ▲장애물 없는 교통환경(배리어 프리) 확대 ▲지하철 역사당 1개 이상의 엘리베이터 설치 ▲오는 2027년까지 장애인 콜택시 100% 도입 ▲장애인 개인 예산제 도입 검토 등을 공개한 바 있다.

그러나 전장연 측은 장애인의 기본 권리를 보장하는데 필요한 구체적인 '예산 확정'이 급선무라는 입장이다. 충분한 예산이 주어지지 않으면 장애인 이동용 인프라 개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박 공동대표는 21일 기자회견에서 "인수위가 (예산에 대해) 끝내 공식적으로 답변을 주지 않았다"라며 "인수위 브리핑은 그 이전 20년간 양당 정권이 집권했을 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이야기에 불과했다"라고 토로했다.

"피해 너무 광범위해" vs "이동권 누구나 보장받아야" 시민들 의견 엇갈려

인수위와 전장연 사이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이날 시위로 인해 출근이 한시간가량 늦어졌다는 20대 직장인 A씨는 "평소보다 일찍 출근했는데 도착은 훨씬 늦었다. 허망하더라"라며 "장애인 단체가 겪은 불편이나 고통도 이해되지만, 이렇게 피해가 광범위한 시위 방식이 앞으로 계속 이어지면 다른 시민들 불만만 누적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 전장연의 요구가 담긴 손팻말이 붙어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또 다른 회사원 B씨(31)는 "지하철은 하루 수백만명 이상의 인구가 이용하는 교통수단이고, 그중에는 위급한 상황이거나 중요한 일을 앞둔 사람도 있을 것 같다"라며 "그런 사람들은 어떡해야 하나"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반면 전장연의 시위에 적극 공감한다는 이들도 있었다. 30대 C씨는 "휠체어 없이 이동할 수 있는 우리 비장애인은 장애인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특혜를 누리는 거나 다름 없다"라며 "장애인들은 20년 넘게 이런 불편한 생활을 견뎌왔는데, 우리가 좀 더 배려를 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서 '전장연에 연대하는 서울대 학생들' 소속 대학생 4명은 이른바 '연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이동권은 누구나 보장받아야 할 권리", "전장연 시위에 연대합니다" 등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전장연에 지지 의사를 보냈다.

한편 박 공동대표와 지하철 승하차 시위에 참여한 활동가 50여명은 인수위와 정치권을 향해 답변을 촉구하며, 출근길 시민들에게 직접 용서를 구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시위에서 "추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여하는 국회의원님들, 장애인권리예산 요구에 대한 질문을 제발 해 달라. 답을 받아 달라"며 "(시민) 여러분, 정말 죄송하다"라고 외쳤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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