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트루?] '20분 지연'이 비문명적 시위 근거? 이준석 주장 보니

지난 13일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 관련 토론회 열려
이준석 "한 줄로 타는 시위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지난해 줄 지어 지하철 올라타는 시위도 20분 이상 소요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 13일 한 방송사 TV토론회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가 만났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 시위에 대해 토론했다. 둘은 토론의 쟁점 중 하나인 ‘시위 방식’을 두고 옥신각신하다가 갑자기 ‘20분 논쟁’에 빠졌다.

따옴표

박: (휠체어 등) 바퀴를 끼우는 시위는 발차를 막기 때문에 비문명적이라는 거죠?이: 네.박: (지난해처럼) 한 줄로 타서 20분을 막았다. 이건 사회적으로 용인된다는 거죠?이: 20분도 안 걸립니다. 그렇게 시위하는 건.박: 아니에요. 제가 현장에 있었습니다.이: 저도 현장에 있었습니다.

이 대화에서 이 대표가 전장연의 최근 시위를 비문명적이라고 주장한 근거는 지하철의 '발차 지연' 시간이다. 휠체어 바퀴를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에 끼우거나 휠체어를 출입문 사이에 거치하는 방식은 발차 시간을 20분 넘게 늦춰 시민에게 불편을 줬고, 그래서 비문명적이란 논리다.

반면 지난해 장애인들이 줄 지어 승하차하는 시위는 20분 이상 걸리지 않아 문명적이라고 했다. 이동권, 탈시설 등을 요구하는 장애인 시위를 시간을 기점으로 구별짓는 이 대표의 논거는 타당할까?

줄 지어 지하철 승하차 하는 시위는 오래 안 걸려?…20분 이상 지연된 경우도 있어

지난해 전장연은 휠체어를 거치하는 방식과 승하차를 반복하는 방식의 시위를 병행했다. 서울교통공사가 지난해 11월23일 전장연을 대상으로 제출한 고소장을 보면 장애인 활동가들은 지난해 1~11월 사이 7차례 시위했고, 지하철을 총 5시간39분 멈춰세웠다. 이 가운데 이 대표가 문명적이라고 봤던 승하차를 반복하는 방식의 시위는 4차례 진행됐다.

하지만 이 시위들도 20분 이상 소요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월22일 서울역에서 벌여진 승하차 시위는 지하철을 35분55초 지연시켰다. 지난해 6월4일 혜화역에서 열린 시위에서도 역시 20분35초 소요됐다. 물론 20분 이상이 걸리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2월10일 당고개에서 서울역까지 총 18개역에서 승하차를 반복했으며 한 역 당 평균 7분 정도 지하철을 지연시켰다.

하지만 전체 지연 시간은 총 2시간9분30초로 상당히 소요됐다. 지난해 3월12일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도 일렬로 승하차를 했지만 15분39초 걸리는 등 20분에 가까웠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들이 24일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승차 시위를 벌이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문명적인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이 언제나 모두가 보기에 좋고 편리할 순 없다. 해외에선 이 대표의 눈엔 비문명적 방식으로 장애인들이 그 권리를 쟁취했다.

한 예시는 미국재활법 제504조의 시행 배경이다. 미국 장애인 학생에게 평등한 교육 기회를 부여한 이 법 조항은 장애인들의 점거 시위 끝에 시행됐다. 1977년 장애인 운동가들은 보건교육복지부 지방사무소가 위치한 여러 장소에서 점거 농성을 벌였다. 이 가운데 샌프란시스코 연방정부 건물은 약 24일 동안 점거하며 미국재활법 제504조 시행을 요구하기도 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시위 방식으로 구분지을 게 아니라 누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메시지'를 봐야한다”며 “지금까지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21년이 걸린 장애인 운동과 논쟁이 벌어진 20분을 비교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눈앞의 불편과 이익보다는 장애인 등 약자들을 포용하는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허 조사관은 덧붙였다.

<결론>
“줄 지어 지하철에 올라타는 시위 방식은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주장은 대체로 옳지 않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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