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기기자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제주도의 한 사설 유기견 보호소 인근에서 강아지가 입과 발이 노끈과 테이프로 묶인 채 발견됐다.
13일 유기동물 보호소 자원봉사자 A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강아지 한 마리가 앞발이 등 뒤로 결박된 채 발견돼 구조됐다며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과 사진을 공개했다.
A씨는 "입 안에는 혀를 말리게 넣어 놓고 노끈과 테이프를 이용해 얼마나 세게 묶어뒀는지, 언제부터 묶여있던 건지 입 주변에 상처와 진물이 난다"며 "사람도 하고 있기 힘든 자세로 두 발을 아주 꽉 묶어 움직일 수도 없게 만든 채 유채꽃이 예쁘게 펴있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길에 이 착한 아이를 던져놨다"고 밝혔다.
A씨는 "급한대로 펜치를 찾아 묶여있던 끈을 풀러 주니 죽은 사체처럼 힘없이 툭 떨어지던 두 다리. 걷지도 못하는 아이를 안고 빈 견사에 눕혔다"며 "발견되지 않았다면 외롭고 고통스럽게 죽어갔을 아이. 한쪽에서는 누구라도 도우려고, 살리려고 아등바등 노력하는데 한쪽에서는 어떻게든 죽이려고 하는 이 상황들이 정말 지치고 힘들다"고 토로했다.
SNS을 통해 사건이 알려지자 쉼터(보호소) 측은 강아지 구조 이후의 상황에 대해 밝혔다. 쉼터 측은 "처음에는 버려진 아이인 줄 알았으나 병원에서 확인해 본 결과 등록칩이 있었고 그 정보를 통해 알게 된 것은 쉼터 아이였다"며 "추정하건대 이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 견사 밖으로 나가게 되었고, 그 아이를 발견한 누군가가 아이를 그 지경으로 해놓고 안 보이는 곳에 던져 놓고 간 것 같다"고 전했다.
쉼터 측은 인근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있지 않아 상황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쉼터 측은 "CCTV가 설치되지 않아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하지만 쉼터 입구에 던져놓은 것을 보면 쉼터 위치를 알고 있는 주변 사람의 소행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학대 당한 강아지의 상태에 대해선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본 결과 아이가 그렇게 묶여있었던 시간은 그리 길지는 않은 것 같다"며 "우선 현재는 네 발로 잘 서 있고 어깨 쪽에 힘을 가해도 잘 버티는 것으로 보아 뼈에는 문제가 없다고 (병원에서) 판단했다. 며칠 쉬면 차차 나아질 거라 했다"고 말했다.
한편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을 학대 시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지난 5일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학대 행위는 '동물을 혹서·혹한 등의 환경에 방치해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와 '갈증이나 굶주림의 해소 또는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 등의 목적 없이 동물에게 음식이나 물을 강제로 먹여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 등이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