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민기자
부애리기자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부애리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검토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는 없던 것으로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치, 국민의당과의 공동정부 추진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인수위 관계자는 13일 "현 정부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대부분 완화했지만 남은 사각지대는 없는지 현황과 추진계획 등을 내부적으로 살펴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부양의무자 제도는 기초생활보장 수급기준에 부합해도 일정 수준 이상의 재산이나 소득을 가진 부모·자녀가 있으면 각종 지원금을 받을 수 없도록 한 장치다. 가족이 국가보다 먼저 부양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취지지만, 빈곤 사각지대를 만든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현 정부에서는 이를 고려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점진적으로 완화해왔다. 2015년에는 교육급여, 2018년에는 주거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했고 지난해 10월에는 생계급여 역시 일부를 제외하곤 부양의무자 기준을 없앴다. 하지만 기초수급자 지원 예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의료급여에는 부양의무자 제도가 여전히 남아있다. 생계급여 역시 고소득(연간 1억 이상)·고재산(9억 초과) 부양의무자에는 기준이 계속 적용된다. 이에 안 위원장과 이 전 지사는 대선 당시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도 부양의무자 기준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인수위가 윤 당선인 공약도 아닌 부양의무자 폐지를 검토하는 것은 타당하다면 다른 당의 대선 공약도 담아낼 수 있다는 인수위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수위와 정부는 윤 당선인의 기초생활보장제도 관련 공약을 검토 중인데, 이 과정에서 다른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반영할 것은 없는지 함께 살피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펼쳐질 여소야대 상황에서 협치를 강조하고, 공동정부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인수위는 부모나 자녀의 재산·소득 기준에 걸려 생계급여를 받지 못하는 가구를 약 5만 가구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 기준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부양의무자 기준이 유지되고 있는 의료급여의 경우 부양의무자 가구에 중증장애인·경증장애인·만성질환자 등이 있으면 부양의무 기준을 면제하는 식으로 단계적인 완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급여의 경우 이미 2023년까지의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이 나와있는 만큼 2024~2026년 3차 계획부터 추진하는 것에 무게가 실린다.
관건은 예산 확보 가능성이다. 인수위가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외에 추가 기준 완화를 살펴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생계급여의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을 전면 폐지할 경우 매년 약 1800억원 가량의 추가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의료급여의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이 유지되며 현재 약 60만명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기준을 완화할 경우 매년 최소 3조원에서 최대 6조원 이상의 예산이 더 필요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초수급자 지원 예산은 한해 13조원 수준이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