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 주어지면 푸틴 쏠 것'…눈앞에서 남편·딸 잃은 여인의 절규

"시신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주) 지역 루비즈네 마을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러시아군 공격으로 눈앞에서 남편과 딸을 잃은 여성의 사연이 영국 BBC를 통해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9일(현지시간) BBC는 빅토리아 코발렌코와의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코발렌코는 전쟁 초기였던 지난달 5일 남편 페트로와 큰딸 베로니카(12), 작은딸 바바라(1)와 함께 피난길에 올랐다.

이들은 교외를 벗어나던 중 땅에 놓인 돌무더기 때문에 차량을 움직일 수 없게 됐다. 이에 남편은 차를 세우고 돌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차량은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아 불길에 휩싸였다.

코발렌코는 당시를 회상하며 "폭발이나 총격 같은 게 있었다. 곧 귀가 먹먹해졌고 차량 뒷유리는 산산조각이 났다"며 "남편은 차에서 내리라고 소리쳤다"고 말했다.

이어 "(폭발로) 깨진 자동차 유리 파편에 내 머리가 베여 피가 나자 큰딸 베로니카가 울기 시작했다"며 "딸이 비명을 지르고 손을 떨자 진정시키려 차 밖으로 나가던 중 내 눈앞에서 큰딸이 쓰러졌다. 베로니카의 머리가 날아갔다"고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돌을 치우던 남편도 보이질 않았다.

코발렌코는 안고 있던 작은 딸이라도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기 위해 현장을 다급히 벗어났다. 이후 그는 길에 세워져 있던 다른 차량으로 피신했다가 러시아의 포격이 계속되자 근처 건물 안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다음날 길을 나선 모녀는 순찰하던 러시아군에 붙잡혀 야히드네의 한 학교로 끌려갔다. 이들은 지하에 갇혀 약 24시간 동안 갇혀 있었다. 당시 같은 공간에는 40여 명이 함께 있었다. 이 공간에서 사람들은 화장실을 가려고 나가는 것도 허용되지 않아 내부에 있는 양동이를 써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발렌코는 러시아 군인들에게 남편과 딸의 시신을 묻을 수 있게 학교로 가져와달라고 부탁했다. 또 숨진 큰딸의 아빠인 전남편에게는 사고 현장으로 가서 시신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사진을 본 코발렌코는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시신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으며, 차량은 이미 전소돼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건 발생 일주일이 지난 지난달 12일 남편과 딸의 시신이 도착했다. 코발렌코는 "그날 러시아군이 나를 불러 가족들이 묻힐 곳을 보여주겠다며 따라오라고 했다"고 했다.

도착한 곳에는 큰 상자 하나와 그보다 작은 상자 하나가 땅에 놓여있었다. 코발렌코는 "우린 상자들을 흙으로 덮기 시작했는데 공격이 다시 시작됐다"며 "다 묻기도 전에 다시 도망쳐야 했다"고 토로했다. 코발렌코와 작은딸은 이후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로 대피했고, 최근 심리 치료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발렌코는 '가족에게 이런 짓을 한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푸틴을 총으로 쏠 기회가 생긴다면 반드시 죽이겠다"며 분노를 표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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