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열기자
유현석기자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유현석 기자] "1년 넘게 이어진 물류난에 러시아 침공까지 겹치면서 연초보다 원자재값이 10% 이상 올랐다. 그렇다고 납품단가에 바로 반영하기도 어렵다. 최저임금까지 더 오르면 회사 상황은 급격하게 나빠질 것이다."(중견 제조업체 A사 대표)
"자영업자가 어려운 문제의 본질은 최저임금 인상 탓이 아니라 불공정거래 관행, 임대료·수수료 등 대기업 횡포와 갑질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현재 소득불균형과 사회양극화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4일 최저임금연대 성명)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 협상이 5일 첫 전원회의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닻을 올렸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간 갈등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더욱 첨예해진 가운데 올해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 주장한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차기 내각을 이끌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이 득보다 실이 많다고 거론하며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노사간 극심한 대립이 예상된다.
관계부처와 업계 등에 따르면 이날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는 근로자와 사용자 단체 간 올해 첫 대면으로 양측에서 구체적인 제시안을 내놓기보다는 향후 일정 등을 공유하는 선에서 논의가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31일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한 데 따른 절차로 오는 6월29일까지 시한을 두고 머리를 맞댄다.
업계에서는 올해도 정해진 시한 내 합의안을 도출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합리적인 선에서 결정돼야지 두 단위로 너무 높이 올라가면 기업이 오히려 고용을 줄이는 결과로 와 (노사) 양쪽 다 피해가 가는 게임이 된다"고 말했다.
경영계에서는 최근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른 탓에 기업 운영, 특히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어려움이 한층 가중됐다고 주장한다. 최저임금은 2017년 6470원에서 올해 9160원으로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된 점을 반영하지 않고 단순 계산으로 5년간 42%가량 올랐다.
최저임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근로자 비율(최저임금 미만율)이 꾸준히 높아진 점도 가파른 상승의 부작용이라는 게 사용자단체의 설명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최저임금 미만율은 2019년 16.5%, 2020년 15.6%로 2000년대 초반(2001년 4.3%)에 비해 부쩍 높아졌다. 사용자가 지키기 어려울 정도로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시장에서 수용성이 떨어진 결과라는 해석이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원유·가스 등 에너지 가격 급등이 물가를 자극하고 있는 점도 임금 심의과정에 중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는 10년 만에 4%대로 상승했다. 이 같은 상승 추세는 연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노동계에서는 최저임금의 당초 취지를 감안해 물가가 오른 만큼 최저임금도 같이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그간 고수해왔다. 반면 경총 등 사용자단체에서는 물가와 최저임금을 연동시킬 근거가 없고 실제 물가와 최저임금을 무관하게 올렸던 터라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다. 경총 관계자는 "2018년, 2019년 물가상승률이 낮았던 시점에도 최저임금을 두 자릿수가량 올리기도 했다"며 "물가가 올라 최저임금을 높여야 한다는 논리는 반대 논거로도 내세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는 윤석열 당선인이 언급한 차등적용제를 둘러싼 찬반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업종이나 지역에 따라 최저임금을 달리 하겠다는 취지인데, 업종별 차등적용은 현행법에서도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다.
전문가들은 첨예하게 맞붙어 결정 후에도 양쪽 모두 불만일 수밖에 없는 현재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손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윤동열 건국대 교수는 "연중 두세 달 만나서 결정할 게 아니라 전반적인 결정 프로세스 자체를 바꿔야 한다"며 "지금처럼 전문성이 부족한 위원 중심이 아닌 산업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한편 실질 경제성장률,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는 "그간 인상률이 너무 높아 따라갈 수 없는 업종도 있었는데 현재 상태에서는 차등적용 자체보다는 인상률 자체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중점을 두고 논의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