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석기자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차기 정부를 공동정부로 구성하기로 했던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국무총리를 맡지 않을 뿐더러 지방선거에도 나서지 않겠다고 밝혀, 향후 진로에 관심이 쏠린다. 차차기를 노리는 안 위원장으로서는 향후 부산 등 지역기반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과 합당 논의중인 국민의당의 대표인 안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간담회를 열고 "거취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인수위원장으로 다음 정부에 대한 청사진과 좋은 그림의 방향을 그려드린 다음에, 직접 내각에 참여하지 않는 게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부담을 더는 것"이라고 밝혔다. 총리는 물론 각료로도 차기 정부 초대 내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인수위 활동이 종료된 뒤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당의 지지 기반을 넓히는 그런 일들, 또 정권이 안정될 수 있는 일들에 제가 공헌할 바가 많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합당이 진척중인 점을 고려하면 국민의힘 내부에서 역할을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안 위원장의 향후 진로는 역으로 이번 대선에서 겪었던 상황을 토대로 판단해볼 수 있다. 후보 단일화에 대해 반감을 드러냈던 안 위원장은 결국 대선 사전투표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지지를 선언하고 후보에서 물러났다. 물러난다는 뜻의 ‘철수(撤收)’ 정치라는 비아냥에도 그는 정권교체, 공동정부라는 명분으로 결단했다.
사실 안 위원장이 대선을 완주하지 못했던 것은 결국 ‘지지율’이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 등으로 윤 당선인의 지지율이 주춤했던 시기 파격적으로 수직 상승했지만, 갈등이 종료된 뒤에 안 대표의 지지율은 15% 내외의 박스권에 갇힌 채 점점 하락세를 보이는 모습을 보였다. 19대 대선에서도 안 위원장은 한때 문재인 대통령을 바싹 추격하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지만, 최종적으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 밀려 21.4%의 득표율로 3위에 그쳤다. 제3정당의 틀 속에서 중도라는 가치를 표방했던 안 위원장은 확고한 기반이 없다는 한계 속에서 지지율이 등락하는 과정에서 결국 막판 뒷심이 없는 선거전을 치러야 했다. 바람이 불 때는 위력이 있지만, 막상 바람이 사라지면 뒷심이 떨어지는 선거전을 치렀던 셈이다.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안 위원장에게도 어느 정도의 지역적 기반은 갖춰져야 하지 않겠냐"며 "부산 출신인데도 불구하고 부산을 지역기반으로 갖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안 위원장이 부산에 애정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보이고, 부산 사람들의 지지를 얻으려는 노력 등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고 충고했다.
안 위원장의 가졌던 중도 등의 장점 외에 부산·울산·경남 이른바 PK의 지역 기반 등을 기본 장착해야 한다는 필요성이다. 안 위원장이 차기 대선을 노린다면 결국 확고한 지지층을 다지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안 위원장이 지방선거 등으로 공석이 된 PK지역 국회의원 보궐선거 등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