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정기자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한국은행 총재 자리에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담당 국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인사권을 두고 갈등을 빚던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 국장 발탁에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루면서 총재 내정이 임박했다는 관측이다.
19일 정치권 및 인수위 측에 따르면 한은 총재, 감사원 감사위원, 선관위 상임위원 등의 인사권을 두고 첨예한 대립을 보이던 양측에서 이 국장 총재 발탁에는 의견 차이가 비교적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국장은 학문적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데다 국제기구 경험을 두루 갖춰 한은 총재 후보에 자주 등장해왔다. 우리나라 대표 경제통에 합리적인 성격으로 대인관계도 좋아 양측 모두에게 '무난한 카드'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꾸준한 하마평에도 그간 본인이 건강상의 이유로 선을 그었지만 최근에는 기류가 달라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국장은 1960년생으로 충남 논산 출신이다. 서울 인창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졸업 때는 최우수 성적으로 총장상을 받았다. 이후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로체스터대 경제학과 조교수와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교수로 재직 시 현실 금융시장과 금융정책에 대해서 끊임없는 관심을 기울였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당시에는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경제분과 인수위원으로 참여했다. 2008년 관료로 변신해 3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고, 이후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 단장을 맡아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1년부터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로 3년간 활약했고, 2014년 IMF로 옮겼다.
특히 이 국장은 우리나라 인물 최초로 IMF 아태국장이라는 고위직에 진출했다. 글로벌 인맥도 탄탄하다는 평가다. 로렌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현 UN 글로벌 교육재정위원회 위원)과 하버드대 시절 스승과 제자로 인연을 맺은 후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으며,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올리비에 블랑샤르 등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 국장은 이달 말 임기를 종료하는 이주열 한은 총재와도 자주 연락하는 사이다.
경제학계 관계자는 "미국이 금리인상을 본격화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심각한 상황에서 통화정책을 이끌 한은 총재 자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이 국장의 경우 국제금융에 해박, 실력이 뒷받침되는 데다 정치색은 옅어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