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기자
중고차판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남에 따라 현대차·기아 등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여부를 가르는 ‘제2라운드’가 펼쳐진다. 기존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어느 수준까지 진입할지 결정하는 상생안 마련이 관건이다.
17일 중소벤처기업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상생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고 중고차판매업을 상생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심의·의결했다. 심의위는 소상공인,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 단체 관계자와 전문가 등 15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됐다.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된 회의는 오후 8시께 종료됐다. 양측이 마지막까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해 결국 무기명 투표로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투표 결과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이 5표, 미지정 8표, 기권 1표로 나타났다.
이날 심의위는 중고차판매업에 소상공인 비중이 낮고, 규모의 영세성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완성차 업계 진출을 통한 제품의 신뢰성 확보, 소비자 선택의 폭 확대 등 소비자 후생 증진 효과도 두루 고려했다. 앞서 2019년 11월 동반성장위원회에서도 중고차판매업이 적합업종에 일부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서를 낸 바 있다.
단, 중고차판매업이 적합업종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서 즉시 대기업 진출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 사업영역 보호를 위한 또 다른 제도인 ‘사업조정 심의회’가 있기 때문이다. 중소 중고차 단체는 지난 1월 중기부에 사업조정 신청서를 제출했고, 중기부는 중고차 시장 진출에 가장 속도를 내고 있는 현대차·기아에 사업 개시 일시정지 권고를 내린 상태다. 현대차는 경기도 용인시에, 기아는 전북 정읍시에 각각 중고차 판매 사업을 할 수 있는 자동차매매업 등록을 신청했다. 지자체가 이를 승인하면 바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서둘러 일시정지 권고를 내린 것이다.
관련법에 따르면 중기부 장관은 3년 이내로 권고 기간을 정할 수 있다. 또한 심의회는 사업조정 신청일 1년 이내에 안건에 대한 심의를 마쳐야 하고, 필요한 경우 1년 이내로 심의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현재 대·중소기업, 소비자 단체, 유통업계, 법률 전문가 등 19명으로 구성된 자율조정 협의회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중소기업 피해 실태조사 이후 사업조정 심의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향후 자율조정을 통해 대기업의 진출을 어디까지 정할지에 대한 합의안이 도출되면, 중기부 소상공인정책실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사업조정 심의회에 전달된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면서 "자율조정, 사업조정 심의회 등이 남아있어 대기업의 즉각적인 사업 개시는 힘들다"고 말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도 "현대차·기아는 세계적인 완성차 제조업체인데, 중고차 판매업까지 진출하는 건 과하다"며 "중고차 딜러 6만명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어 "향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