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코로나 발가락'은 코로나19와 상관없었다[과학을읽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확산)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들 중 일부가 발가락이 마치 동상에 걸린 것처럼 변색ㆍ부종ㆍ염증이 관찰되는 현상, 일명 '코로나 발가락(COVID toes)' 증상이 발견돼 전세계에 큰 충격을 줬었다. 그러나 사실은 이같은 증상이 '생활 동상'일 뿐 코로나19와 관련이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미국 예일대 연구팀이 코네티컷주에서 2020년 초 이같은 증상을 호소한 환자 21명에 대해 정밀 검사 및 연구를 진행한 결과 이중 19명은 코로나19에 감염된 흔적이 전혀 없었다. 나머지 2명만 코로나19 감염 흔적이 발견됐는데, 이중 1명은 일찌감치 확진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이 논문은 지난달 25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

이번 연구에서 대상 환자들은 대부분 코네티컷주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했던 2020년 4~5월 사이에 '코로나 발가락' 증상이 발현된 사람들이었다. 이중 3분의1은 발가락에 통증, 붓기, 변색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코로나19 증세를 느꼈다고 보고했고, 3분의1은 코로나19 감염 확진ㆍ의심자들과 접촉했었다. 이에 연구팀은 항체와 자가면역을 담당한 T-세포 검출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해당 환자들에게서 코로나19 감염의 흔적을 찾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동상처럼 붓기, 염증, 변색 등 '코로나 발가락'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의 발. 사진 출처 = 네이처

연구팀은 코로나 발가락 증상이 코로나19 바이러스와는 상관없는 다른 이유에서 발생했다고 봤다. 제프 겔하우젠 예일대 의대 교수는 "사람들이 방역 조치로 인해 격리되면서 집에서 신발이나 양말을 신지 않고 머물게 되면서 발생한 증상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반론도 나왔다. 어린이들의 경우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때 항체를 생성하지 않은 채 선천적인 자가 면역 능력을 사용해 바이러스를 물리쳤을 가능성이 있다. 예일대 연구팀은 연구 대상 어린이들의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항체 검사 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에스더 프리먼 매사추세츠종합병원 글로벌건강피부과장은 네이처에 "이번 연구 결과는 추가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몇몇 매우 흥미있는 의문을 일으킨다"면서 "예컨대 이번 연구 결과는 바이러스에 노출된 사람들이 이를 감지할 수 있는 항체와 자가면역세포(T-cells)를 생산하도록 신체를 자극하지 않는 선천적 면역 반응을 사용해 바이러스와 싸웠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반대의 연구 결과도 있었다. 지난해 10월 영국의 연구팀은 50명의 해당 질환자와 동상 환자들을 비교 연구한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면역 체계 반응의 부작용일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신체가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세포ㆍ조직을 공격하는 현상이라는 주장이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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