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우기자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하나금융지주의 차기 수장으로 내정된 함영주 부회장이 취임 전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는 데에 실패했다. 금융감독원이 과거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와 관련해 내린 중징계 '문책경고'를 취소해달라는 소송 1심에서 패소한 것이다. 징계 취소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 상태라 당장 오는 25일 주주총회에서 회장 선임은 가능하겠지만 완전히 사법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한 채 임기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김순열)는 함 부회장과 하나은행 등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을 상대로 낸 업무정지 등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처분 사유(징계 사유) 중 DLF 불완전 판매 등은 모두 인정했고,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은 일부만 인정했으며 금감원 감사 업무 방해 부분은 인정하지 않았다"며 "일부 처분 사유가 인정되지 않은 것을 감안해도 불완전 판매로 인한 손실이 막대해 원고들이 투자자 보호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1심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하며 판결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향후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앞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회장은 DLF 사태 관련 금융당국 중징계 '문책경고'에 불복한 소송에서 지난해 8월 승소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1일 채용 관련 재판 1심에서는 비슷한 사례였던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 받은 만큼 이번 판결은 의외라는 분위기다.
다만 이번 선고 결과에도 불구하고 함 부회장은 오는 25일 하나금융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새 후보를 추천할 시간도 없는 데다, 함 부회장이 낸 중징계 취소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여 효력이 정지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종 판결 때까지는 문책경고에 따른 3년 간 취업 제한 적용을 피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잡음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등을 돌릴 수도 있다. 재판결과에 앞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가 사법 리스크를 지적하며 함 부회장의 회장 취임 안건에 반대표를 권고했다. 하나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해 말 기준 67.01%다. 다만 주총에서 이 같은 권고가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회장 후보자였던 조용병 회장과 손태승 회장도 ISS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장 자리를 지켰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