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희기자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GV1001은 신경염증 억제를 통해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줄이고 타우 단백질의 꼬임을 막는 멀티타깃 치료제다. 국내 임상 3상에 이어 미국과 유럽 2상 등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갈 것이다."(송형곤 젬백스 대표)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아직까지 확실한 발병 원인이 알려지지 않았다. 증상 악화와 함께 환자의 뇌 속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플라크로 변해 늘거나 타우 단백질이 잘못 접혀 서로 엉키는 현상이 확인되면서 이러한 단백질들을 제거한다면 치매 증상이 개선될 것이라는 게 그동안의 중론이었다.
하지만 아밀로이드 베타 기전으로 개발돼 지난해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며 기대를 모았던 바이오젠의 ‘아두헬름’은 정작 시장 확대에는 어려움을 겪으며 절반의 성공만 거둔 상태다. 몇 년 내 20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이 여전히 무주공산인 이유다.
젬백스가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로 개발 중인 GV1001은 이와 다소 다른 접근을 시도한다. 아밀로이드 베타나 타우 단백질은 증상일 뿐 원인이라고 보기 어려운 만큼 뇌 속 신경세포의 항산화, 항노화를 유도해 근본적인 원인인 신경염증을 제거하는 기전을 목표로 한다.
송형곤 젬백스 대표는 11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결국 생물의 기본 단위는 세포"라며 "세포가 건강해져야 신체가 건강해질 수 있고, 세포에 문제가 생기면 여러 병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최근 승인된 국내 임상 3상에 대해서도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앞선 2상에서 응급임상으로 참여했던 분 중 효과를 느껴 계속 투약을 원하는 분들이 있었고, 참여 교수진도 증상 호전이 있는 만큼 3상을 언제 시작하느냐는 문의가 많았다"고 전했다.
GV1001의 임상 3상 승인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2019년 2상을 마친 후 지난해 1월 3상을 신청했지만 반려와 보완을 거쳐 지난 1월에야 마침내 승인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통상 신약의 품목허가 단계에서 중앙약사심의위원회가 열려 GV1001의 제한적 치료목적 사용을 인정한다는 자문을 내기도 했다. 송 대표는 "신약 허가가 아닌 임상 허가에서 중앙약심은 이례적"이라면서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아직 개척되지 않은 영역인 만큼 차근차근 검토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젬백스는 현재 임상 진행을 위한 임상시험수탁기관(CRO) 모색 등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글로벌 임상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는 "미국 임상 2상 외에도 순차적으로 유럽의약품청(EMA)에 임상 2상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GV1001이 ‘완치’까지는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완치의 개념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며 "중등도(Moderate) 이상은 진행을 억제하고 더 나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 치료 목적"이라고 해명했다. 치매 진행에 따른 인지능력 악화를 막음으로써 24시간 보호가 필요해 요양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심각(Severe)’ 단계까지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GV1001의 목표라는 설명이다.
GV1001이 알츠하이머 외에 췌장암, 전립선비대증 등에 대해서도 적응증을 가진 것과 관련해 "세포 안에서 좋은 효과를 보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췌장암 항암제 개발 과정에서 인지능력 개선과 전립선 크기 감소라는 부수적 효능이 발견되면서 이를 적응증으로 추가하기 위한 임상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다만 송 대표는 "이 외에도 염증과 관련한 데이터들이 있지만 회사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일단 현재의 적응증 수준이 적정선"이라고 알렸다. 그는 "췌장암 항암제의 경우 현재 국내 임상 3상이 끝났고 올해 안에 논문이 출판되면 이에 맞춰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라며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역시 이달 중순에 임상을 종료하고 올해 안에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젬백스는 GV1001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그 핵심에는 ‘펩타이드’가 자리 잡고 있다. 펩타이드는 50개 이하 아미노산으로 이뤄진 물질로 조직 내 침투성이 높고 다기능적 효과가 기대돼 차세대 약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송 대표는 "국내외에서 펩타이드와 관련해 200개 이상의 특허를 갖고 있다"며 "GV1001의 성공을 기반으로 항바이러스, 뇌질환 등 다양한 신약을 개발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