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희기자
[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 최근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공통적으로 눈에 띄는 대목이 있습니다. 바로 '자사주 소각'입니다.
카카오는 지난 11일 2021년도 실적발표를 하며 앞으로 3년간 별도재무제표 기준 잉여현금흐름의 15~30% 중 5%를 현금배당, 10~25%를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사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금융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KB금융지주는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도 자사주 소각을 시사했습니다.
자사주 소각이란 말 그대로 자사주를 태워 없애는 것입니다. 기업이 가진 현금으로 자사주를 없애는 것으로, 소각하는 자사주 규모만큼 주식 수가 줄어들게 되죠. 주식수가 줄어들면서 주당 가치는 증가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시가총액이 100억원, 유통주식수가 100만주인 회사가 있습니다. 회사가 50만주를 소각할 경우, 100억원이라는 가치는 변하지 않죠. 따라서 소각후 50만주로 줄어든다면 1주당 가치도 높아지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는 효과가 있는 겁니다.
이러한 이유로 자사주 소각은 대표적인 주주환원정책으로 꼽힙니다.
이 밖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주 거론 되는 것이 자사주 매입, 배당 등이 있습니다.
배당이 주주들에게 직접 현금 또는 주식을 제공해 이익을 돌려주는 방법이라면, 자사주 매입은 유통 주식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여 주가 상승을 유도하는 방법입니다.
주당 가치를 높인다는 점에서 일견 자사주 매입과 자사주 소각은 비슷해 보입니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은 후에 다시 시장에 나와 유통될 수 있지만, 자사주 소각의 경우 발행 주식 수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보다 더욱 강력한 주주환원정책으로 꼽힙니다.
또 자사주 매입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사주 매입의 경우 통상 상승장일 경우 효과가 뚜렷하지만, 하락장에서는 그 효과가 미미합니다. 때문에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함께 진행해야 주가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최근들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주주환원정책에 나서고 있는 것은 그만큼 개인투자자들이 국내증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달라졌음을 방증합니다.
통상 국내 증시는 강력한 상승장을 경험한 이후 장기간 박스피(박스권+코스피)에 갇히곤 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증시가 활황세를 띄며 지난해 7월 3305.21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코스피는 올 들어 맥을 못추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외국인들이 투매에 나서며 코스피가 2600선까지 미끄러지기도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박스피에 갇히게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며 해외주식으로 눈을 돌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증권업계는 이들을 붙잡기 위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주주환원정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주린이가이드]는 '주린이(주식+어린이)'들의 똑똑한 투자 길라잡이 입니다. 주린이들에게 낯선 주식이야기를 친절하고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