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법썰]'남자보는 눈이'… 대학동문 정보 흘린 결혼정보업체

"아이비리그 학교 동문도 기준 까다롭지만 월 2회 미팅 만족"
면담 과정서 '학력·종교·회원가입 사실' 등 동문 정보 공개한 혐의
1심, 업체 대표와 회사 법인에 각 벌금 5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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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과 학력, (업체) 가입사실 등 개인정보는 결혼중개 상대 남성들에게만 제공되기로 한 것이죠? 이 정보 일체를 다른 여성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나요?"(검사)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습니다."(증인)

지난해 11월15일 서울중앙지법 5층의 한 법정. 국내 모 결혼정보 업체 A 대표의 형사재판 법정에 이 회사 고객이던 B씨(33·여)와 C씨(33·여)가 법정에 나와 증인신문을 받고 있었다. 미국 아이비리그 소속 한 대학의 동문인 증인들은 다음과 같이 사건 경위를 전했다.

B씨는 2018년 12월 A 대표와 만나 '업그레이드 프로그램' 가입 상담을 진행한다. 그 자리에서 A 대표는 앞서 회원으로 등록한 '같은 대학 출신 여성'의 이야기를 꺼낸다. "그렇게 말하면 좁아서 다 알아요"라고 B씨가 경고했지만, A 대표는 "다 아시겠지만, C씨도 여기 가입해 만족스럽게 (이용)하고 있다. 기독교에 남자 보는 눈이 까다로운데 월 2회는 미팅 중"이라고 더 구체적인 설명을 이어갔다. 또 다른 대학 동문인 모 기업체 손자의 프로필을 보여주며 "C씨는 '아는 사이'라고 곤란하다고 (연결을) 거절했다. B씨가 만나보는 게 어떻겠느냐"라고 권유도 했다.

B씨가 이 내용을 C씨에게 전한 것은 프로그램 가입 후 7개월 정도가 지나서다. 주변에 결혼정보업체 가입 사실을 알린 적이 없던 C씨는 큰 충격을 받아 고소에 나섰고, 검찰은 개인정보보호법 및 결혼중개업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A 대표와 회사 법인을 재판에 넘겼다. 결혼중개업법에 따르면 결혼중개 업무로 알게 된 개인정보는 이용자의 의사에 반해 타인에게 제공·누설하거나 결혼중개 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법정에서 A 대표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오히려 환불 문제로 분쟁을 겪은 B씨의 거짓말에 C씨가 말려든 것일 뿐이란 주장도 펼쳤다. B씨가 마음에 드는 남자를 찾지 못했다며 전액(700만원) 환불을 요구했지만, A 대표가 절반만 준다고 해 갈등이 시작됐다는 것.

A 대표의 변호인은 증인신문에서 B씨에게 "10여회 이상 미팅을 진행하지 않았느냐"거나 "'남성이 집에 데려다주지 않는다. 만날 것 처럼 하더니 안만난다. 자신감 떨어진다'는 내용들로 문제제기한 사실이 있지 않느냐"고 캐물었고, B씨는 "피드백을 달래서 줬을 뿐"이라고 답했다.

A 대표는 "(증인들) 모두 집안과 스펙 등 수준이 좋은 분들이다. 그런 식으로 영업했다면 더 좋은 위치에 있는 고객들이 가만 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너무 화나고 억울하다"고 최후진술을 했다.

하지만 A 대표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이원중 부장판사는 A 대표와 회사 법인에 각각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 부장판사는 "증인들의 진술이 합리적이고 구체적이며 믿을 만해 범죄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A 대표는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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