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불운도 편파판정도 황대헌을 막지 못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1500m·1000m 넘어져 좌절
4년간 철저히 준비…억울한 실격 딛고 1500m 금메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남자 쇼트트랙 간판 황대헌(강원도청·한국체대)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기 전까지 ‘겁 없는 막내’로 불렸다. 2016년 솔트레이크시티 월드컵에서 남자 1000m 세계기록(1분20초875)을 세우고, 남자 1500m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 송재근, 1998년 나가노 대회 김동성, 2006년 토리노 대회 진선유, 2014년 소치 대회 심석희에 이어 고교생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계보를 이을 재목으로 평가됐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그는 남다른 속력을 뽐냈으나 불운에 시달렸다. 남자 1500m 결승에서 두 바퀴 남기고 왼발이 얼음에 걸려 넘어졌다. 남자 1000m에서도 결승선 앞에서 넘어져 준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남자 500m에서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으나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어느 종목 하나를 고를 수 없이 많이 힘들었다. 숙소에서 빨리 잊자는 말을 몇 번씩 되뇌었다."

4년 동안 이를 갈고 나온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불운은 이어지는 듯했다. 남자 1000m 예선에서 올림픽기록(1분23초042)을 세운 데 이어 준결승에서도 가장 먼저 골인했으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됐다. 문제가 될 만한 접촉이나 다른 선수의 진로를 방해하는 행위는 없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김동성이 안톤 오노(미국)의 할리우드 액션으로 실격됐을 때만큼 황당하고 편파적인 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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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김동성은 라커룸에서 억울함을 참지 못하고 오열하다 기절했다. 의무실에서 링거를 맞고 남자 500m에 출전했으나 준결승에서 떨어졌다. 훗날 그는 "벽에 막혀있으면 자신감이 점점 떨어지게 된다. 인생에서 실패한 사람이 자신감이 없듯이"라고 회고했다.

올림픽에서 세 번째 불운을 맛본 황대헌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오히려 경기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장애물이 반드시 너를 멈추게 하는 것은 아니다. 벽을 만나면 돌아가거나 포기하지 말라’라는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의 격언을 인용해 게시하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황대헌은 9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1500m에서 공언대로 압도적인 기량을 뽐냈다. 준결승에서는 여덟 바퀴를 남기고 선두로 나서 레이스를 이끌며 여유 있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결승에서는 아홉 명의 선수와 경쟁하는 변수가 있었으나 여덟 바퀴를 남기고 단숨에 선두로 올라섰다. 놀라운 지구력을 발휘하며 보란 듯이 2분9초219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황대헌은 “‘괜찮다, 괜찮다’하면 사람이 괜찮아지기도 하지 않나. 결과가 어떻게 되든 계속 벽을 두드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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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 메달을 금빛으로 바꾼 그는 이제 다관왕을 노린다. 오는 11일 남자 500m 예선과 남자 5000m 계주 준결승에 출전한다. 남자 500m는 황대헌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주 종목이다. 황대헌은 선전을 다짐하며 이렇게 말했다. "또 하나의 벽을 두드릴 것이다. 더 깔끔하게 아무도 나에게 손을 대지 못 하게 하는 레이스를 펼치겠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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