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희기자
경기도 평택의 한 도로 위 전신주에 떼까마귀가 앉아 있는 모습./사진=평택 시민 제공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매년 겨울철이 되면 떼까마귀가 도심 곳곳으로 몰려온다. 낮에는 먹이활동을 하다가 저녁 시간 무리 지어 도심으로 날아온 떼까마귀는 도로 위 전깃줄에 자리를 잡고 휴식을 취하는데, 빼곡하게 일렬로 앉아있는 모습이 진풍경을 이룬다.
그러나 떼까마귀의 배설물로 도로와 차량이 더러워지고, 길을 걸을 때도 배설물을 맞을까 조마조마하는 등 지역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경기도 평택에 거주하는 50대 이모씨는 "한 6~7년 전부터 떼까마귀를 목격한 것 같다. 밤만 되면 저렇게 전신주가 꽉 차도록 앉아 있다"며 "한번은 차에서 신호를 기다리다가 배설물이 창문으로 떨어져 곤혹스러웠던 적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떼까마귀를 봤다는 시민들의 목격담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바닥이 배설물 천지가 되어버린다", "수원에 사는데 정말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밤만 되면 떼로 몰려온다", "솔직히 조금 무섭다" 등 불편을 토로했다.
떼까마귀는 지난 2016년 겨울부터 수원·화성·오산·평택 등 경기도 남부지역에서 포착되고 있다. 울산과 제주도 일부도 떼까마귀 출몰 지역이다. 떼까마귀는 겨울 철새로, 시베리아나 몽골 등 유라시아 북부지방에서 여름을 난 뒤 겨울이 되면 추위를 피해 우리나라로 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낮에는 논밭에서 먹이 활동을 하다가 밤이 되면 맹금류를 피해 휴식을 취하러 도심으로 몰려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수원시 상공을 떼까마귀들이 무리 지어 날아다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수년째 겨울만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떼까마귀로 인해 농작물 피해가 이어지고 정전이 일어나는 등 주민 민원이 많아지면서 대체서식지 마련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환경부와 수원시는 '도시생태계 건강성 증진 기술개발사업' 과제의 일환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떼까마귀 출몰 지역을 시민들로부터 제보받고 있다. 수원·화성·안산 일원에 출몰한 떼까마귀를 촬영해 '캐다' 앱에 등록하면 1장당 500원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시민들이 제보한 사진을 토대로 떼까마귀가 출현하는 시간과 장소 등을 수집해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떼까마귀가 도심으로 날아오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기는 한계가 있으며,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방향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화정 국가철새연구센터 연구사는 "떼까마귀들은 원래 삼림지역에 모여 잠을 자는데, 수도권 신도시 개발 확장으로 원래 살던 서식지가 훼손되고 사라지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대체서식지 마련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려면 위치나 조성 환경 등에 대한 전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울산에서는 삼호대숲을 복원사업을 통해 조성했는데, 그 뒤에 떼까마귀가 숲을 잠자리로 이용하게 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연구사는 새들이 도시로 올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떼까마귀가 몰려오는 문제는 사실 새들의 입장에서는 도시 개발로 인해 자신들의 서식지가 없어지 게 된, 인위적인 환경 변화에 의해 나타난 현상"이라며 "까마귀에 대한 부정적 인식 또는 새들이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부분으로 불편한 점도 있지만,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터전이라는 '공존'이라는 관점에서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