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식품업계, 250만 비건시장 잡기 사활

3년전부터 1~2% 성장세
물가상승률 고려 사실상 멈춰

건강식·지속가능식품 주목
농심 대체육 활용 30여종
CJ제일제당 비건만두·김치
신세계푸드·풀무원 속속 출시

해외시장 2025년 30조원 육박
미주·유럽, 할랄 등 수출 확대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국내 식품 시장 성장이 둔화되자 식품업계가 새 먹거리로 ‘비건(채식주의)’을 겨냥하고 나섰다. 국내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저인 0.8명에 그치고,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도 채식 인구는 늘고 있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K-푸드와 비건의 접목을 통해 해외 비건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성장 멈춘 식품업

29일 국내 식품업이 저출산 장기화 영향으로 성장세가 크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식품업체들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가정 내 식품 수요가 늘어나며 지난해 반짝 성장했지만 올해 다시 역성장하거나 성장폭이 크게 줄어들었다.

CJ제일제당의 식품사업 부문의 경우 지난해 2019년 대비 10% 성장한 8조968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내식 비중이 크게 늘어난 데다 일부 사재기 수요까지 겹친 영향이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 성장률은 지난해 대비 1%로 크게 감소했다. 농심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9.1% 성장한 1조9644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액은 9188억원으로 전년 대비 8.4% 하락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전체 매출액은 2019년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1년 식품외식통계’에 따르면 식품제조업의 전체 매출액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3%대 성장을 이어오다 2018년부터 1~2% 성장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할 경우 사실상 성장이 멈춘 상황이다.

쏟아지는 비건 제품

식품산업 성장이 둔화되며 식품업계는 올해 비건 제품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식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비건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다. 2008년 15만명이던 국내 채식 인구는 지난해 200만명, 올해 250만명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식품업체 가운데서 가장 많은 비건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는 농심이다. 농심연구소와 태경농산이 독자 개발한 대체육을 활용해 현재 30여종의 제품을 출시했다. 농심은 잠실 롯데월드몰에 비건 브랜드 ‘베지가든’의 이름을 딴 ‘베지가든 레스토랑’을 열 계획이다.

CJ제일제당도 최근 비건 시장에 뛰어들었다. CJ제일제당은 ‘플랜테이블(식물+식탁)’이란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를 선보이며 ‘비건 왕교자’와 ‘비건 김치’를 출시했다.

현대그린푸드는 캐나다 비건 식품 기업 ‘데이야’와 국내독점 판매·유통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신세계푸드는 2016년부터 대체육 연구개발(R&D)을 이어오며 올 7월 ‘베러미트’를 출시했으며, 식물성 지향 식품 선도 기업을 선언한 풀무원은 최근 한국인 취향에 맞춘 ‘한국식 대체육’ 제품을 출시했다.

30조원 글로벌 시장 잡아라

식품업계는 해외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 형성 단계인 국내와 달리 해외는 이미 상당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랜드뷰리서치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127억달러(약 15조원) 규모였던 글로벌 비건 시장은 2025년 241억달러(약 28조60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CJ제일제당은 플랜테이블 제품을 국내 출시와 동시에 호주, 싱가포르에서도 선보였다. 내년에는 제품 구성을 더욱 늘려 미주와 유럽, 할랄(무슬림 인증) 시장으로 수출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해외 시장에서 인기 브랜드로 자리 잡은 ‘비비고’를 앞세워 비건 제품 역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농심 베지가든도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미국과 유럽 시장에 진출해 있으며, 영국에서 꾸준한 성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은 최근 글로벌 전용 김치 5종과 고추장·쌈장 등 장류 6종, 핫소스 3종 등 총 14종의 신제품을 출시했다. ‘마일드김치’와 고추장, 쌈장은 동물성 재료를 넣지 않은 비건 제품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비건 시장은 전체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식품 시장에서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몇 안 되는 시장"이라면서 "업계는 비건 제품 출시를 통해 국내 비건 시장 확대에 속도를 높이는 한편, 해외 시장 공략으로 성장 동력으로 삼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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